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 여파에 한국의 양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유럽연합(EU) 수출 증가가 미·중 감소세를 만회하며 올 상반기 수출이 보합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2025년 상반기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수출액은 3347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0.03%) 감소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트럼프 관세 정책에 한국 수출 여건이나 상황이 나아진 것은 아니다"면서도 "수출 비중이 큰 반도체 수요가 탄탄하고 자동차의 경우 미국 시장이 어렵지만 이 부족한 부분을 아세안과 EU의 수출이 채우면서 상반기 수출이 보합수준을 기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 상반기에는 15대 주요 수출품목 중 5개 품목 수출이 증가했다. 반도체 수출은 고대역폭메모리(HBM)·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가 견조한 가운데 올해 들어 주요 메모리제품 고정 가격도 반등하면서 전년 대비 11.4% 증가한 733억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상반기 기준 최대실적을 경신했다.
양대 수출품목 중 하나인 자동차 수출은 364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했다. 산업부는 최대 시장인 미국의 관세 조치 및 현지 전기차 생산 본격화 등에도 불구하고 하이브리드차 수출 호실적(81억달러·29.5%)으로 감소 폭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석유제품(215억달러·-18.8%)과 석유화학(216억달러·-11.4%) 수출은 유가와 연동되는 수출단가 하락과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로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였다. 철강 수출은 미 관세 조치에도 물량은 증가했지만 단가가 하락하면서 금액 기준으로는 5.9%(156억달러) 감소했다.
한국의 상반기 수출이 보합세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아세안과 EU 덕이다. 미국 수출은 양대 수출품목인 자동차·일반기계 수출 부진으로 3.7% 감소한 622억달러를 기록했다. 중국 수출도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 감소로 4.6% 감소한 605억달러에 그쳤다.
반면 아세안(576억달러)과 EU(349억달러) 수출은 시장별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자동차 수출이 두 자릿수 증가하면서 각각 3.8% 3.9% 늘었다. 인도 수출(95억달러·1.6%)도 상반기 중 역대 최대실적을 경신했다.
상반기 수입은 1.6% 감소한 3069억달러를 기록했다. 에너지 수입은 저유가 등 영향으로 15.3%(595억달러) 감소했으나 에너지 외 수입은 반도체 장비(27.6%) 등을 중심으로 2.4%(2474억 달러) 증가했다. 무역수지는 278억달러 흑자로 전년 대비 48억달러 개선됐다.
올해 6월 수출은 역대 6월 중 최대실적인 598억달러(4.3%)를 기록하면서 플러스로 전환됐다. 15대 주력 수출품목 중 6개 품목 수출이 증가했다.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사상 최대실적인 149억7000만달러(11.6%)를 기록하면서 4개월 연속 플러스 흐름을 이어갔다. 컴퓨터 수출은 15.2% 증가한 13억3000만달러로 2개월 연속 늘었다.
자동차 수출은 63억달러로 2.3% 증가하면서 역대 6월 중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대(對)미 수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EU) 수출이 전기차를 중심으로 호조세를 보이는 가운데 중고차 수출(6억7000만달러·67.9%)도 많이 증가하면서 처음으로 5개월 연속 60억달러 이상을 기록했다.
바이오·헬스 수출은 바이오 의약품(11억1000만달러·54.0%)을 중심으로 36.5% 증가한 16억6000만달러로 6월 중 역대 최대실적을 달성했다. 선박 수출도 63.4% 증가한 25억달러를 기록하면서 4개월 연속 증가했다.
반면 석유제품(36억2000만달러·-2.0%)과 석유화학(33억6000만달러-15.5%) 수출은 제품가격이 연동되는 유가가 약세를 보이면서 감소 흐름을 지속했다.
15대 주력 수출품목 외에도 농수산식품(10억3000만달러·7.7%)·화장품(9억5000만달러·22.0%) 및 전기기기(15억8000만달러·14.8%) 수출은 역대 6월 중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지난달에는 9대 주요 지역 중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7개 지역에서 수출이 증가했다. 양대 수출시장인 미국(112억4000만달러·-0.5%)과 중국(104억2000만달러·-2.7%)은 감소세 보였다. 아세안 수출은 반도체·선박·철강제품을 중심으로 2.1% 증가한 97억6000만달러로 1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됐다. EU 수출은 자동차·차부품, 선박, 석유제품 수출이 증가하면서 14.7% 증가한 58억달러를 기록, 4개월 연속 플러스로 집계됐다.
6월 수입은 3.3% 증가한 507억2000만달러였다. 에너지 수입(85억5000만달러)은 14.7% 감소했으나 에너지 외 수입(421억7000만달러)은 7.9% 증가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올해 상반기 우리 수출은 미국의 관세 조치, 경기 회복세 둔화, 중동 사태 등 전례 없는 글로벌 통상·무역 환경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전년 수준을 유지했고, 특히 새 정부가 출범한 6월에는 역대 6월 중 최대실적을 기록하면서 플러스로 전환됐다"며 "정부는 당면 과제인 한미 협상에 총력 대응하는 한편 협상 결과에 따라 우리 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무역 금융 공급, 대체 시장 발굴 등을 포함한 수출 지원방안을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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