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전세 매물이 없었어요. 대출 규제로 갭투자가 줄고 전세 물량이 줄면 월세값이 뛸 걸로 예상하고 있어요."(마포구 신수동 A공인 대표)
"지금은 잠잠하지만 월세 매물을 찾는 수요는 늘어날 겁니다. 성동구에 대한 인기는 여전한데 전세 공급은 감소할 게 뻔하니까요."(성동구 행당동 B공인 대표)
금융당국 대출 규제의 불똥이 임대차 시장으로 튀고 있다. 지난달 27일부터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를 사실상 금지시키면서 전세 매물이 줄고 전셋값이 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자금력 약한 서민들의 경우 이를 감당하지 못해 월세시장으로 갈아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런데 수요가 몰릴수록 월세 가격도 크게 뛸 수 있어 서민들의 주거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서울 시내 주요 지역의 공인중개소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달 새로운 금융 규제로 인해 전세와 월세 가격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6개월 내 전입신고를 하도록 했는데, 이러면 집을 사서 살아야 한다는 얘기로 전세를 끼고 집을 사거나, 집을 산 뒤 전세를 줄 수가 없다. 갭 투자로 나왔던 전세 물량이 사라지게 됐다.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도 금지했다. 이 대출은 은행에서 집 주인이 바뀌는 것을 전제로, 세입자에게 전세자금을 대출하는 상품이다. 통상 분양 아파트의 집 주인이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으로 아파트 잔금을 치르거나 할 때 활용한다. 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세입자의 보증금으로 집을 사는 갭 투자가 사실상 금지된 것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아파트 공급난으로 인해 전세 물량 공급이 제한된 상태다. 올해 하반기 서울 입주 물량은 1만4043가구로 상반기보다 20% 줄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74%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해졌다.
갭 투자로 인해 나왔던 전세 매물이 확 줄어들게 된 가운데, 세입자들의 내 집 마련의 길도 막혔다. 당국은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 주택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의 최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했는데, 세입자들 입장에서는 내 집을 살 기회를 사실상 막은 셈이 됐다.
전세 매물의 감소와 수요의 증가는 '월세로 갈아타기'의 원인이 된다. 전셋값이 오르면서 보증금을 감당할 수 없으니 월세로 떠밀리게 되는 것이다. 월세 수요의 급증은 또다시 월셋값을 올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현금 동원력이 부족한 20~30대에게 직접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
권영선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이 제한될 경우 아무래도 임대 시장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전세 가격이 오르면 월세 쪽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어쨌든 임대 시장에 있게 되면 비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특히 마용성(마포구·용산구·성동구) 등 최근 과열 조짐을 보인 곳과 함께 학군지 등 수요가 강한 지역일수록 이런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출퇴근 지역과 가깝거나 학군지 등 이런 지역은 대안은 없는데 수요는 높아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다른 선택지가 적어 높은 비용을 내고라도 계약을 해야 해 높은 가격으로 거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얼마 전 서울 부동산이 과열 조짐을 보인 원인은 결국 공급이 확실치 않으니 더 사람들이 빨리 집을 사려고 했기 때문"이라며 "공급 절벽을 해소하고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는 정책으로, 수요자를 안심시킬 수 있는 내용 위주의 공급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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