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완성차 기업들의 과열 경쟁과 부품업체 쥐어짜기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꺼내든 대금 지급기한 단축 조치로 재무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하지만 세계 1위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는 이번 조치로 오히려 기업 재무 건전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BYD의 현금 유동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지만, BYD는 핵심 부품의 내재화에 따라 결제일이 앞당겨지면 자회사를 비롯한 그룹 전반의 현금 흐름이 좋아질 수 있다고 자신했다.
BYD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외협력을 총괄하고 있는 윤동동(尹冬冬·사진) 해외 브랜드전략 담당 경리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심천 본사에서 진행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설명했다. 윤 경리는 "BYD는 전기차 핵심부품인 배터리, 전장 시스템을 모두 직접 생산하고 있다"며 "내부 부품 공급 비중이 높기에 60일로 대금 지급 기한이 짧아지면 본사 재무 흐름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BYD의 직접 또는 자회사를 통한 부품 조달 비중은 7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어와 유리, 시트 소재 등을 제외한 대부분 부품을 자체 생산하고 있다. 동시에 BYD는 배터리 같은 전기차의 핵심 부품을 경쟁 업체에도 납품하고 있다. 그는 "대금 지급 단축은 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중국 업체가 지켜야 하는 사안"이라며 "우리가 다른 회사에 납품하는 대금도 빨리 받을 수 있기에 전혀 나쁠 것 없다"고 덧붙였다.
BYD의 유동성 위기설이 거론되기 시작한 건 지난 1월, 홍콩 회계 컨설팅업체 GMT리서치가 보고서를 통해 BYD의 지나치게 높은 공급망 금융 의존도를 지적하면서다. 보고서는 중국 전기차 업계가 관행처럼 부품사 신용거래(약속어음)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으며 미지급 매입 채무(부품 대금)까지 포함하면 BYD의 순부채는 공식 발표치의 10배에 달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5월에는 블룸버그 등 외신들도 중국 업체의 잠재적인 부채와 공급망 금융 리스크 등을 잇달아 집중 보도하면서, 결국 중국 정부는 전기차 산업 전반의 안정성을 위해 부품 대금 결제 기한을 '60일 이내'로 줄이도록 권고했다. 그동안 이들 업체의 대금 결제는 짧게는 120일, 길게는 250일까지도 소요됐다.
전기차 1위 업체인 BYD까지 '60일 이내 결제'를 선언하자 시장의 관심은 과연 BYD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결제 기한을 줄이고도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쏠리고 있다. 지난해 대비 재고량이 늘어나며, 일부 딜러사의 파산 소식까지 들려오면서 투자업계에는 불안이 퍼지고 있다. 윤 경리는 "BYD의 현금 보유량은 1549억위안(약 29조3000억원) 정도로 충분하다"며 "자산 대비 부채 비율도 70%대로 글로벌 완성차 평균(120% 내외) 대비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답했다.
BYD에 재무 리스크가 확산되면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BYD는 전기차 및 배터리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의 직접적인 경쟁자일 뿐 아니라, 국내 완성차 업체(KG모빌리티)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부품사이기도 하다. 또 수입차 딜러사 입장에서는 차량을 공급받는 본사이자, 현대글로비스 같은 국내 물류기업과는 해상 운송 네트워크를 공유하는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무엇보다 BYD에 대한 국내 기관 및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규모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이번 리스크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BYD는 국내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보유한 중국 주식이다. 투자 규모는 총 5억3455만달러(약 7377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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