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태양광만 빼면 다 합니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를 만날 때마다 들었던 말이다. 이 회사는 태양광을 제외하고 원자력, 풍력, 수소, 가스 등 에너지원에 적합한 터빈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의 제품을 언급한 건 김정관 두산에너빌리티 마케팅 사장이 이재명 정부의 초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로 낙점된 게 시사하는 바가 적잖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는 재생에너지 강화를 천명한 반면 무탄소 전원인 원전에 대해선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과거 문재인 정부 때처럼 탈원전 기조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로 사업 축소와 수주 중단 등 타격을 받은 대표적 에너지 기업으로 꼽힌다. 그런 회사의 마케팅 수장이 산업정책을 담당하는 주무 부처를 총괄하는 자리에 오른 건 원전에 대한 이 정부의 스탠스를 간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단초가 된다.
김 후보자는 원전, 수소 터빈, 해상풍력, 소형모듈원전(SMR) 등 에너지 수출이 중요한 시기에 실무를 총괄해온 핵심 인물로 꼽힌다.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신시장 개척을 위한 주요 업무협약(MOU)을 이끈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재생에너지냐, 원자력이냐는 이분법을 넘어 기술 경쟁력이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산업 활로를 찾겠다는 실용주의 노선을 걸을 가능성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는 30일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 출근길에서도 에너지 정책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김 후보자는 "과거 글로벌 마케팅을 담당하며 기업의 어려움을 체감했다"면서 "산업과 에너지는 불가분의 관계"라고 했다. 국내 산업 강화를 위해 에너지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이 자리에서 "에너지는 산업의 심장"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탄소배출이 없는 친환경 에너지를 추진해야 한다는 정책 방향이 잘못됐다고 할 순 없다. 영농형 태양광, 분산형 전원, 송전망 확대 등 '태양광 중심 분산형 전략'은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에너지는 이념이 아닌 기술과 현실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김 후보자 내정은 결국 에너지 실용주의를 추진하겠다는 현 정부의 의중이 담긴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현장을 아는 김 후보자의 실무 감각은 에너지 정책과 산업 전략의 균형점으로 작동해야 한다. 산업·통상·에너지 전반을 아우르는 산업부의 위상과 역할을 고려할 때 김 후보자의 산업에 대한 현실적 이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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