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부부를 돕기 위해 정자를 기증했던 남성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50명의 생물학적 자녀를 두게 된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연합뉴스는 29일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 일요판 선데이타임스의 28일(현지시간) 보도를 인용, 정자 기증자 니코 카위트(63)의 사례를 전했다.
독신이었던 카위트는 1998년부터 2000년까지 네덜란드 내 난임 병원에 수십차례 정자를 기증했다. 기증 횟수는 약 50여회에 달한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그는 생명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에 과학 연구나 배아 기증을 위해 정자 기증에 참여했다.
그러나 약 10년이 지난 2004년 카위트는 병원으로부터 충격적인 사실을 전해 들었다. 그의 정자로 태어난 생물학적 자녀가 이미 30명 이상이라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이는 네덜란드의 기증자당 최대 25명 출산 제한 규정을 위반한 결과로, 당시 병원들이 카위트의 동의 없이 정자를 국내외로 무분별하게 유통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졌다.
조사 결과 카위트의 생물학적 자녀는 네덜란드에 25명, 유럽 각국에 25명 등 총 50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카위트는 언론에 "이는 생명을 가지고 장난치는 행위로 절대 용납될 수 없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네덜란드 정부는 카위트 사건 이후 정자 기증 관련 병원의 과실을 전수조사했고, 이 과정에서 카위트처럼 수십 명의 자녀를 둔 기증자가 85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중 한 사람은 무려 100명 이상의 자녀를 둔 것으로 밝혀졌다.
각국은 이복형제와 자매 사이의 근친상간과 유전병 유전 및 발병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단일 기증자를 통해 너무 많은 아이가 태어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인구가 1800만명인 네덜란드에서 이같은 기증자의 '과잉 자녀' 문제는 단순한 의료 실수를 넘어 사회적 문제가 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생물학적으로 유사한 사람들은 비슷한 관심사와 재능을 가질 가능성이 높고, 같은 학교나 클럽에서 가까워지기 쉽다"며 "이로 인한 근친 위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카위트는 현재 은퇴 후에도 매주 새로운 생물학적 자녀로부터 연락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정자 기증 약정에 따라 자녀는 만 15세가 되면 기증자에게 연락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이탈리아에서 자신을 찾은 19세 청년과 연락이 닿았다. 카위트는 구글 번역기를 써서 그와 소통한다며 "서로 언어가 달라 일종의 바벨탑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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