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압박에 사임한 美 버지니아대 총장, 이유 들어보니

"총장직 고수하면 학교에 불이익"
공립대까지 확대된 연방정부 개입

미국 명문 공립대학인 버지니아대학교(UVA)의 제임스 E. 라이언 총장이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력에 결국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는 트럼프 측이 기존의 사립대학 중심의 압박을 넘어 공립대학으로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제임스 라이언 버지니아대 총장. AP연합뉴스

제임스 라이언 버지니아대 총장.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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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라이언 총장은 최근 UVA 법인이사회에 자진 사퇴 의사를 전했다. 그는 학내 구성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현 상황에서 총장직을 고수하는 것이 오히려 학생·교직원의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특히 DEI 정책을 유지하려다 연방 자금이 끊기면 연구비와 장학금, 학생 비자 등 학교 전반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라이언 총장은 2018년부터 UVA를 이끌며 DEI 정책을 강하게 추진해 왔다. 총장 부임 전에는 하버드대 교육대학원장을 역임한 인물로, 미국 고등교육계에서 진보적 학문환경을 지지해온 대표적 인사로 평가받아 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하버드대, 컬럼비아대 등 아이비리그 사립대학들에 DEI 프로그램 축소와 반유대주의 대응을 강하게 요구해왔다. 최근에는 이러한 기조를 주립대학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17일 미 법무부는 UVA 이사회에 DEI 정책이 연방 가이드라인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경고 서한을 발송했다. 이후 일부 이사들은 연방 보조금 중단 가능성을 거론하며 라이언 총장에게 사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UVA는 미국 독립선언문의 초안을 작성한 토머스 제퍼슨이 설립한 역사 깊은 공립대학으로, 매년 전국 대학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명문으로 손꼽힌다. 그동안 학교는 다양한 인종·배경을 포용하는 DEI 프로그램을 통해 학내 다양성을 확대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DEI가 특정 이념을 주입하거나 학문적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대학들에 제도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하버드대 등 일부 사립대는 이에 강하게 반발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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