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에 진심인 현대자동차가 수소전기차 '디 올 뉴 넥쏘(이하 넥쏘)'를 출시했습니다. 2018년 첫 출시 이후 7년 만에 2세대 완전변경 모델입니다. 미래지향적인 디자인만큼 수소전기차 고유의 다양한 신기능을 더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수소차"라는 1세대의 타이틀을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데요. 지난 19일 넥쏘를 타고 서울 마곡에서 인천 중구까지 약 100㎞를 달려봤습니다.
처음 친환경차 구매를 고민한다면 결정을 망설이게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충전은 불편하지 않을까' '비싸지 않을까' '출퇴근이나 가족용으로 충분할까'라는 의문이 들게 마련입니다.
넥쏘는 이러한 소비자의 고민과 걱정에서 출발, 하나하나 현실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화했습니다. 이 차를 몰아보면서 '수소차도 충분히 살만한 차가 될 수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먼저 잘 만든 프라모델 같은 외관에 눈길이 갑니다. 현대차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 '아트 오브 스틸'을 반영, 단단해 보이면서도 강한 인상을 줍니다. 전면에 네모난 픽셀 램프나 직선 중심의 범퍼 디자인에서 시대를 앞선 차라는 느낌이 전해집니다.
차에 오르면 고급스러운 럭셔리카가 부럽지 않습니다. 소파와 같은 가구에서 착안한 디자인 요소를 적용해 내 집 같은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다만 반사경이 아닌 디지털 사이드 미러(DSM)는 운전 초반 낯설었지만 금방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차 옆을 보여주는 모니터는 운전석 전방의 크래쉬패드 측면에 달려 있어서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넥쏘의 전장은 4750mm, 휠베이스는 2790mm로 중형 SUV 수준의 실내공간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2열 레그룸도 넉넉하고, 트렁크 공간도 510ℓ(2열 접으면 1630ℓ)로 유모차나 캠핑 장비를 넣기에 충분합니다.
바닥이 평평하고, 문이 열리는 각도는 80도로 기존보다 10도 이상 늘려 아이는 물론 어른도 쉽게 타고 내릴 수 있습니다. 패밀리카로도 손색이 없어 보였습니다.
시동을 켜고 가속 패달을 밟으면 정숙하게 앞으로 나아갑니다. 내연기관이나 전기차가 가진 특유의 소음도 들리지 않습니다. 소음기 내부 구조를 바꾸고, 내장 패드를 추가해서 가속 시 들려오는 고주파 소음을 1세대에 비해 많이 감소시켰다고 합니다.
넥쏘에는 150kW급 전동모터를 적용하고, 수소전기차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수소 연료전지 스택의 출력을 94kW로, 고전압 배터리의 출력은 80kW로 키웠습니다. 강력한 동력성능을 갖춰 정지 상태에서부터 시속 100km까지 7.8초 만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날 고속주행에서도 패달을 밟으면 바로바로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줘 답답함이 전혀 없는 시원한 주행이 가능했습니다.
넥쏘의 또 다른 강점은 '편리함'입니다. 수소전기차지만 수소 충전에 대한 부담을 크게 낮췄기 때문입니다. 단 5분 충전에 최대 720km 이상 달릴 수 있습니다. 매일 타는 출퇴근용으로도, 주말 가족 여행용으로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충전이 걱정이라면 전국 214개 충전소의 실시간 정보를 알려주는 '루트 플래너' 기능에 주목할만합니다. 현재 연료 상태에서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지, 그 경로상에 충전소는 어디에 있는지, 충전소 운영시간이나 충전 가능 여부, 대기시간까지 실시간으로 알려줍니다.
수소와 산소로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전지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고민도 덜어줍니다. 1세대 넥쏘가 매번 시동 시 냉시동과 잔존수 배출을 수행했던 것과 달리 2세대에는 '웨이크업 펑션'이 도입됐습니다.
주차 중에도 주기적으로 차가 스스로 주변 온도를 측정하고 필요시 히터를 작동하거나 제한적으로 물을 배출합니다. 냉시동이나 잔존수 배출 빈도를 각각 90% 이상 줄여 겨울철 연료전지 성능저하를 예방해줍니다.
100여km 주행을 마치면서 내가 배출한 것은 오직 '물'이라는 점은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차를 이용하면서도 지구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인데요, 아이들에게 "이 차는 나쁜 연기를 안 내뿜는 차야"라고 말할 수 있는 차라는 게 새삼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다만 가격은 부담스럽습니다. ▲익스클루시브 7644만원 ▲익스클루시브 스페셜 7928만원 ▲프레스티지 8345만원인데요.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을 더하면 실구매가는 3900만원대까지 낮출 수 있습니다.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요즘, 미래 세대를 위한다는 거창한 결심 없이도 충분히 살만한 차입니다. 물론 생활 반경 내 수소 충전시설이 있다면 말할 것도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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