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어깃장에 WTO 교착…EU "대체기구 설립 제안"

폰데어라이엔 "EU, 구조적 협력 희망"
WTO, 트럼프 1기 때부터 사실상 기능마비
獨총리, 기자회견서 WTO 대체 구상 재확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2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 중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2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 중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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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26일(현지시간) 세계무역기구(WTO) 대안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의 "구조적 협력"을 제안했다. 트럼프 1기 시절부터 미국 측 어깃장으로 사실상 기능이 마비된 WTO를 대체할 기반을 유럽 주도로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회원국들에 자유무역을 원하는 여러 국가와 할 수 있는 여러 옵션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특히 "내 입장에서 가장 매력적이며 흥미로운 부분은 CPTPP로, (가입국인) 아시아 국가들이 EU와 구조적 협력을 희망하고 있으며, EU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세계무역기구(WTO)를 재설계하는 것의 시작이 될 수 있다"면서 "세계에 많은 나라들이 규범에 기반한 구조에서 자유 무역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CPTPP와 EU가 함께라면 막강할 것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추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일본이 주도하는 CPTPP는 태평양에 접해 있는 국가 간 관세 철폐와 경제 통합을 목표로 한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미국이 빠진 뒤 일본 등 11개국이 회원국을 유지해왔으나 작년 12월 영국을 새 회원국으로 받았다. 한국도 문재인 정부 시절 가입을 추진했으나 한일 관계 악화와 국내 반대 여론 등에 부딪혀 가입이 성사되지 않았다. 윤석열 전 정부가 과제를 넘겨받았지만, 미완으로 남았다.


이번 EU 측 제안은 WTO의 글로벌 통상 마찰 중재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가운데 나왔다. WTO는 미국이 트럼프 1기 시절인 2019년 12월부터 상소기구 위원 임명을 계속 막으면서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2단계 분쟁 해결 체계도 무력화됐다. 유로뉴스는 "어업 보조금 감축, 농업 규정 개혁 등도 유럽 포함 미·일 등 주요 회원국들의 입장 차이로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도 이날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WTO 대체 기구' 설립을 제안했다고 확인하면서 "지난 수년간 그랬듯 WTO가 앞으로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다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지지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다만 "아직은 아주 초기 단계 아이디어"라고 덧붙였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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