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의힘 의원 반응이(연설에 호응이) 없는데 이러면 (제가) 쑥스러우니까…."
26일 국회 시정연설을 위해 본회의장을 찾은 이재명 대통령은 연설 과정에서 멋쩍은 웃음을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본회의장 특유의 무거운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농담이었다. 이 대통령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관한 국회 협조를 당부하는 자리에서 야당을 향한 예의를 전하고자 노력했다.
"우리 국민의힘 의원들, 어려운 자리 함께해 주신 점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고맙다." 이 대통령은 원래 연설문에 없던 발언을 하면서 야당에 협조를 구했다.
이 대통령이 국회 들어설 때만 해도 여야의 온도 차가 느껴졌다. 본회의장 출입구에서 국회의장석 바로 아래 연단까지 이 대통령 동선을 따라서 여당 의원들은 줄지어 섰다. 훈훈한 분위기 속에 대통령을 맞이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다소 경직된 자세로 제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거나 손팻말 등 정치적 항의의 뜻을 담은 행위를 하지는 않았다. 이 대통령이 연설할 때도 반감을 드러내는 행위는 없었다. 현장을 지켜보던 이들 입장에서는 지난 정부와는 달라진 본회의장 풍경이 의아할 정도였다. 서로를 적대하고, 욕설에 가까운 폭언을 주고받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그런 일은 없었다.
이 대통령은 시정연설에 협치의 의미를 녹여냈다. 이 대통령은 남색 정장에 푸른색·붉은색·회색이 섞인 '협치'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이 대통령은 연설을 마치고 국민의힘 의석을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한 뒤 야당 의원들부터 찾았다. 이때 야당 의원 태도가 관심을 모았는데, 대부분 일어나 예의를 표했다.
임종득·유용원 의원 등 몇몇 의원들과는 짧은 담소를 나눴다. 김성원·신성범 의원 등은 밝은 표정으로 이 대통령과 악수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는 국무총리 임명을 하지 말아 달라는 뜻을 전했는데, 이 대통령은 웃으면서 팔을 가볍게 툭 치고 갔다. 두 사람은 중앙대 동문 사이로 과거 사법시험을 함께 준비할 정도로 친분이 있는 관계다.
대통령 취임 초, 이른바 정치적 허니문 기간이라는 특수성은 있지만, 이날 본회의장 풍경은 과거와 아주 달랐다. 결국은 '협치'해야 할 정치적인 동반자 관계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 장면이 이어졌다. 조심스럽게 '정치의 복원'을 기대하는 시선도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양보하면서 접점을 찾아가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그 과정 하나하나가 바로 협치다. 이날 시정연설이 '통 큰 정치'를 시작하는 상징적인 장면이 되길 기대한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