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돗개 훈련시켜 잔혹 사냥…판사도 "너무 잔인" 질타

검찰, 야생동물 학대한 혐의로 실형 구형
160여마리 야생동물 포획·학대

야생동물 160여마리를 잔혹하게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들에게 판사가 "이게 인간이 할 짓이냐, 너무 잔인하다"고 질타했다. 26일 제주지법 형사1단독(김광섭 판사)은 야생동물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30대 A씨와 B씨에 대한 첫 공판 및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검찰은 "피고인들의 범행 수법이 잔혹하고 그 횟수나 피해 야생동물이 너무 많다"며 A씨에게 징역 3년을, B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30대 남성들이 야생동물 160여마리를 잔혹하게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연합뉴스

30대 남성들이 야생동물 160여마리를 잔혹하게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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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사실을 보면, A씨는 2020년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제주시와 경기도 군포, 수원 소재의 야산에서 125회에 걸쳐 오소리, 노루, 사슴, 멧돼지, 족제비 등 야생동물 160여마리를 잔인하게 포획·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2023년 3월부터 지난 3월까지 A씨의 범행에 8회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조사 결과 A씨 등은 자신들이 훈련한 진돗개에 위치추적 장치(GPS)를 설치해 야산에 풀고 개들이 야생동물을 찾아 물어뜯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들은 직접 제작한 창과 지팡이 칼로 멧돼지를 찔러 사냥했으며 포획한 야생동물의 머리를 돌로 여러 차례 가격하기도 했다.


A씨는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미리 파악한 뒤 폐쇄회로(CC)TV 설치 여부를 확인해 인적이 드문 야간에만 사냥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A씨 등은 야생동물을 운반하다 발각될 것을 우려를 해 현장에서 가죽은 벗기고 장기 등은 개들의 먹이로 준 것으로 파악됐다. 사냥 중 현장에서 적발됐을 때는 '산책 중 개들이 갑자기 동물을 공격했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범행을 부인했다. 아울러 A씨는 사냥 장면을 찍어 진돗개 동호회 회원들에게 공유했으며 오소리와 노루, 사슴뿔은 건강원에 맡겨 추출가공품을 제조해 섭취하거나 지인들에게 보냈다.

A씨가 훈련시킨 진돗개가 야생동물을 사냥하고 있는 모습. 제주도 자치경찰단

A씨가 훈련시킨 진돗개가 야생동물을 사냥하고 있는 모습. 제주도 자치경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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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법정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지만, B씨는 상습적으로 범행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김 판사는 A씨에게 "인간이 너무 잔인한 거 아니냐. 동물한테도 이런 잔혹한 짓을 하면 사람한테도 그럴 우려가 충분히 있지 않겠는가"라고 지적했다. A씨가 "앞으로 진돗개도 키우지 않고 범행하지 않겠다"고 답변하자 김 판사는 "앞으로 식물을 키우길 바란다"고 했다. A씨 등에 대한 선고공판은 오는 7월 17일 오후 2시 열린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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