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고려아연 유상증자에 제동, 영풍 1심 승리

法 "정관 '외국의 합작법인' 위반해 무효"

영풍과 경영권 분쟁을 빚고 있는 고려아연이 5000억원대 신주를 발행한 것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판사 최욱진)는 27일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 무효 소송에서 영풍 측에 승소 판결했다. 지난해 3월 영풍측이 소송을 낸 지 1년 3개월 만에 1심 결론이 나온 것이다.

앞서 고려아연은 2023년 9월 현대자동차·기아·현대모비스가 공동 설립한 해외법인 HMG글로벌을 대상으로 액면금 5000원, 보통주 104만5430주를 신주 발행하는 527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그 결과 HMG글로벌은 고려아연 지분율 5%를 확보했는데 이는 고려아연 측 우호지분이다.


재판부는 "HMG글로벌에 대한 신주 발행은 정관을 중대하게 위반해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2023년 9월 13일에 한 5000원의 보통주식 104만5430주의 신주 발행을 무효로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원고 및 참가인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경영상 필요'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오로지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이 사건 신주발행을 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했다.

이번 소송은 지분 경쟁과 함께 경영권을 놓고 다투고 있는 영풍과 고려아연 측 분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심 판결이 확정될 경우 고려아연의 우호지분이 줄어들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현재 영풍은 MBK파트너스와 연합해 고려아연 지분 40.97%를 확보한 상태다. 반면 고려아연측 지분은 약 34.35%다. 5% 우호 지분이 공중분해될 경우엔 고려아연 쪽 지분이 약화되는 것이다.


다만 고려아연 관계자는 "당사와 현대차그룹은 친환경 신사업 협력 관계를 형성했으나, 주주총회 표결에 있어서 HMG글로벌이 우호지분에 포함된다고 볼 순 없다"며 "HMG는 올해 주총에서 중립을 지켜왔기 때문에 설령 HMG글로벌의 주식 보유 상황에 변동이 발생해도 경영권엔 영향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영풍 측은 "기존 주주를 배제하고 제3자에게 신주 발행을 할 경영상 목적이 인정되지 않아 무효"라며 지난 3월 소송을 제기했다. 사업에 필요한 자금 조달이 아니라 현 경영진의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한 유상증자여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고려아연 측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며 상법 등 관련 법규와 회사의 정관을 토대로 충분한 검토를 거쳐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맞서왔다.


다만 고려아연은 호주 자회사인 썬메탈홀딩스(SMH)를 통해 영풍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며 '상호주' 관계를 형성하고 있어서 영풍 측의 일방적 경영권 행사에 대해서는 차단벽을 쳐둔 상황이다. 상법상 '상호주 제한' 제도에 따르면 두 회사가 10%를 초과해 서로의 지분을 갖고 있다면 상대방 기업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양측은 이번 사건 말고도 여러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번 소송도 1심으로 끝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는 것이 재계의 관측이다.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