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업계 1위 한솔제지가 주요 제품군인 백판지·감열지에 대한 수출 가격을 전면 인상한다. 최근 글로벌 해상 운임과 에너지 비용이 급등한 데 따른 조치다. 업계 안팎에선 이번 가격 조정이 국내 시장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솔제지는 최근 백판지의 동남아시아 판매 가격을 5%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백판지란 겉면이 백색으로 코팅 처리된 두꺼운 종이로 강도와 내구성이 뛰어나 식품·화장품·전자제품 포장재 등에 이용된다. 인상 가격은 오는 8월 1일 신규 주문 건부터 적용된다.
모든 해외 고객사에 판매되는 POS용 감열지 가격도 10% 인상될 예정이다. POS용 감열지는 열에 반응해 글자나 그림이 나타나는 특수 코팅 용지로 종이 영수증·영화관 티켓·택배 송장 등에 사용되는 제품이다. 인상 대상은 오는 7월 28일 출고되는 물량부터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가격 인상에 대한 세부 방안은 고객사에 개별 안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격 인상의 주된 원인은 최근 급등한 글로벌 해상 운임과 에너지 비용이다. 미국발(發) 관세 리스크로 인한 불확실성과 이란·이스라엘 갈등에서 촉발된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은 운송 및 에너지 시장의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상하이 수출 컨테이너 운송시장의 15개 항로 스폿 운임을 반영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5월,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던 관세를 145%에서 30%까지 대폭 인하(90일 유예)하기로 결정한 후 급증하다, 다음 달인 6월 6일에 2240.35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수출 업체들이 이 기간을 활용해 대규모 선적 물량을 몰아내면서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이번 가격 인상이 국내 제지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단 관측도 제기된다. 코로나19 이후 제지 수요가 급반등했던 2021년, 해상 운임 등이 상승하자 국내 주요 제지업체인 한솔제지·무림페이퍼는 인쇄용지 가격을 일제히 인상한 바 있다. 공급망 비용 증가가 국내 주요 제지 업체의 주요 제품군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패턴이 반복돼왔던 만큼 이번에도 무림페이퍼 등 다른 제지업체의 수출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수출 가격 인상으로 특정 지종의 국내외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면 일시적인 단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인 공급망 부담이 심화할 경우 국내 다른 제지 업체들도 잇따라 가격을 올릴 수 있다"며 "이렇게 수출 단가가 높아지면 내수보다 수출 위주의 유통 구조가 형성되면서, 내수 물량에 영향을 줘 일시적으로 국내 시장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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