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실됐던 유현목 감독의 영화 '임꺽정(1962)'이 미국에서 발굴돼 복원됐다.
한국영상자료원은 2022년 워싱턴 D.C.에 있는 의회도서관에서 이 작품의 유일본 35㎜ 필름을 찾아 최근 4K 화질로 복원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날 유현목 감독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열린 특별 전시 '시대, 장르, 실천'에서 일반 관객에게 최초로 공개했다.
'임꺽정'은 유현목 감독이 연출한 몇 안 되는 액션 오락 활극이다. 조선 말기 임꺽정이 부패한 양반 사회에 맞서 일으킨 민중 봉기를 그린다. 신영균을 비롯해 박노식, 문정숙, 허장강, 최무룡, 엄앵란 등이 출연했다. 1962년 개봉해 관객 약 10만 명을 동원했고, 필리핀 등에 수출됐다. 영상자료원은 "장르 실험과 대중적 감각이 엿보이는 이례적 작품"이라며 "일반적인 사극 스타일에서 벗어나 오락성과 액션성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필름이 유실돼 한동안 실체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영상자료원은 2021년 북미 조사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의회도서관이 소장한 한국 관련 영상자료 목록 약 1800건을 정리해 주요 작품들을 선별하고, 버지니아주 컬페퍼에 있는 의회도서관 산하 패커드 영상음향보존센터를 두 차례 방문해 열람했다. 그 결과 '임꺽정'을 비롯해 또 다른 유실 작품인 심우섭 감독의 '예산시악시(1971)', 일제강점기 및 한국전쟁 전후 주요 기록 영상 스물두 편 등을 발굴했다.
'임꺽정'이 담긴 필름은 미국에 소개하기 위해 만든 35㎜ 상영용 프린트였다. 영화진흥공사 로스앤젤레스(LA) 사무소에서 수집해 의회도서관에 기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상자료원은 "국내외에 현존하는 유일본 프린트라서 첫 번째 수집·복원 대상이 됐다"며 "이번 전시가 유현목 감독의 영화 세계를 새롭게 조명하고, 한국 고전영화 아카이빙의 중요성을 환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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