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과열 vs 랠리 초입…'삼천피' 종착역은[하반기증시전망]

6월 월간 상승률 15%…코로나 반등 넘어서
증권가선 내년 상반기 3600 전망도 나와
"단기 조정 가능성, 저가 매수 기회 삼아야"

코스피가 3년 5개월 만에 3000 고지를 탈환하며 상반기를 마무리한 가운데 하반기도 장밋빛 전망이 잇따른다. 단기 급등으로 인한 과열과 대내외 변수로 일시적 조정은 있겠으나, 기존 주도주를 중심으로 한 추세적 상승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삼천피 시대 개막…"어디까지올라가는거에요?"

중동발 전운 고조에도 3000 고지를 사수한 코스피가 3100마저 돌파하면서 낙관론에 한층 힘이 실리고 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수출 및 구조적 성장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국 자본시장의 디스카운트 요인 해소 기대와 빠른 외국인 순매수가 동반된 결과"라며 "향후 정부 정책이 예정대로 시행될 경우 코스피는 내년 상반기 3600까지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과거 달러 약세 시기에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6배에서 2배까지 상승한 적도 있다"며 "추세적 달러 약세가 지속되기만 한다면 정부의 금융시장 체질 개선 정책과 더불어 한국 증시의 슈퍼 랠리를 촉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상반기 코스피 목표치는 3240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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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4일까지 코스피의 월간 상승률은 15.05%로 2020년 11월에 세운 종전 최고기록(14.30%)을 넘어섰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글로벌 증시가 반등했을 때보다 탄력이 큰 셈이다. 2021년 7월 6일 기록한 역대 최고점(3305.21)까지는 이제 단 200여포인트만을 남겨놓게 됐다.

동학개미들이 쟁여놓은 '실탄'도 상당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약 65조원)과 코스피 신용융자잔고(약 12조원)는 2022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가 처음 3000을 돌파했던 2021년에는 개인 순매수가 지수 상승을 주도했으나,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주요 순매수 주체는 연기금"이라며 "개인의 순매수는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추가 상승 여력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곳곳서 과열 신호…"단기 조정 불가피"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과 같은 상승세가 끊이지 않기 위해선 신선도 높은 모멘텀이 추가로 제공돼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최근의 랠리는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구조적인 체질 개선보다는 새 정부가 내건 각종 공약에 대한 기대감과 '약달러' 현상에 따른 외국인 유입의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반도체, 자동차 등 우리나라 핵심 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과 미래 성장성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조수홍 센터장은 "코스피가 3000 이상에서 안착, 이후 상승세가 지속되려면 수출 증대, 관세 완화, 기업이익 증대, 첨단 산업 기술력 확대 등이 필요하다"며 올해 하반기엔 7월 미국 상호관세 유예 종료를 시작으로 품목별 관세 조사 발표, 미국 예산안 협상 등 주요 이벤트들이 대거 산적한 만큼 단기 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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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곳곳에서 확인되는 과열 신호들도 경계 대상이다. 김수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보통 주가가 오르면 변동성은 떨어지는데 5월 중순 이후 코스피가 오르는 과정에서 VKOSPI(변동성지수)가 동반 상승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거래대금 회전율, 신용, 개인 거래 비중 등이 2020~21년 이후 최대치다. 모든 지표가 과열을 가리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21년(카카오)과 2023년(에코프로)에 겪었듯이 유동성 장세에선 주도업종 종목들이 함께 오르다 마지막 한 두 종목으로 매기가 쏠리면서 상승장이 마무리됐다"며 HD현대에너지솔루션, 한국항공우주, 두산에너빌리티 등 신용이 몰리고 있는 조선·방산·원전 주도주 투자에 유의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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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주도주는?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까.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충격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이란 점에 주목한다. 글로벌 변수에 따른 단기 급락은 저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좋은 종목을 잘 골라서 믿음을 갖고 투자하면 매크로 변동성은 무난히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 실적 개선세가 두드러지는 조선, 방산, 뷰티, 미디어 콘텐츠 기업들을 주시할 것을 주문했다.

증시가 단기 조정 후 반등하더라도 기존 주도 업종의 지위는 굳건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지배구조 개선 정책은 한국 증시에 대한 재평가 기대를 높일 것이고, 원화 강세가 지속된다면 이미 급등한 금융주가 추가 상승 동력을 얻을 수 있다"며 한국금융지주와 삼성증권을 최선호주로 선정했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시장의 주도주로 군림했던 조선, 기계, 방산 등 중공업 밸류체인과 바이오, 소프트웨어, 미디어·엔터의 리더십은 하반기에도 흔들림 없이 지속될 개연성이 높다"며 "하정우 AI 수석 지명 이후 NAVER, 카카오 등 AI·SW 플랫폼 대표주가 주도주 대열에 등극했던 것처럼 신재생 에너지, 원전, 로봇, 바이오 대표주 역시 정책 수혜주 배턴터치 대열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했다.


추가 자금 수혈도 기대된다. 조수홍 센터장은 "MSCI 신흥국 지수 내 한국 비중은 역대 최저치인 9%대를 기록 중"이라며 "장기 평균(13.6%)까지 회귀한다면 15조5000억원가량의 추가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고 봤다. 상법 개정, 배당분리과세 등 입법 현황을 살피며 눈치를 보고 있는 외국인들이 향후 단계적으로 유입될 것이란 설명이다. 한국물에 대한 패시브 자금 유입이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향후 대형주들을 중심으로 한 수급 개선 역시 기대된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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