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이경규씨(65)가 약물 운전 혐의를 받고 있는 가운데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이런 사건이 크게 보도될 경우 정신과 약물 복용자 전체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불필요한 오해가 확산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진승씨는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스레드에 "'정신과 약을 먹으면 무조건 위험하다'는 인식은 가뜩이나 정신과에 대한 편견이 높은 우리나라 사회에서 치료를 주저하게 만들 수 있다"며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분들이 더 많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지난 8일 오후 2시께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약물을 복용한 상태로 운전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당시 차종이 같은 다른 사람의 차량을 몰고 이동하다 절도 의심 신고를 당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씨를 상대로 음주·약물 검사를 실시했고 약물 간이시약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양성 결과를 경찰에 전달해 이씨는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공황장애 약을 먹고 운전한 것은 자신의 부주의였다며 자신의 혐의를 시인했다.
오씨는 "(이씨가) 자신의 차량과 같은 차종·색깔의 차량을 주차 관리 요원의 실수로 몰게 됐다고 한다"며 "사실 공황장애 약을 먹고 있지 않는 저라도 제 차로 착각하고 운전할 수 있던 상황이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했다.
오씨는 또 "공황장애 약을 먹으면 아예 운전해선 안 되나"라는 한 누리꾼의 질문에 대해 "대부분 문제가 없지만 간혹 심한 졸음을 느끼시는 분들은 약 복용 후 운전이나 복잡한 기계 사용을 하지 않도록 설명해 드린다"고 대답했다.
그는 "다른 과 약 중에도 졸린 약이 많다. 유독 정신과 약에 대해서만 엄격한 잣대를 두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며 "치료를 받지 않아 운전 중 공황발작이 일어나면 오히려 사고 위험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오씨는 연이은 게시글을 통해 "2014년 7848명이던 국내 공황장애 진료 환자가 2023년에는 24만7061명으로 9년 새 무려 3000% 이상 증가했다"며 "수치의 급격한 변화는 실제로 공황장애에 걸린 환자가 늘었다기보다는, 그동안 치료받지 않던 분들이 병원을 찾기 시작한 결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공황장애를 숨기지 않고 고백한 유명인들의 용기, 그리고 이를 긍정적이고 전문적으로 다룬 언론 보도들이 공황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앞으로는 더 많은 분이 혼자서 고통받거나 숨지 않고, 치료받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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