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전북 지역의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은 내신 중심의 '수시'보다 수능 중심의 '정시'로 입시 준비를 하는 게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학생 수가 많을수록 내신 받기가 유리한데, 이들 지역에선 학생 수가 100명도 채 안 되는 곳이 절반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26일 아시아경제가 종로학원에 의뢰해 '2025년 전국 일반고 학생 수 규모 분포 현황'을 파악한 결과, 고1 학생이 100명 미만인 학교는 전국 1703개교 중 283곳(16.6%)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86%가 서울·경기·인천 외 지역에 쏠려있었다.
지역 내 100명 미만 학교 비중을 보면 서울(3.8%, 213개 고교 중 8곳), 경기(6.1%, 396개 고교 중 24곳), 인천(9.1%, 88개 고교 중 8곳) 등에선 한 자릿수였다.
그러나 경북, 전북은 각각 38.8%(121개 고교 중 47곳), 44.2%(95개 고교 중 42곳) 등으로 100명 미만인 학교 비중이 두드러지게 높았다. 특히 강원은 86개 고교 중 44곳(51.2%)이 100명 미만인 학교로 절반에 달했다.
입시 업계에서는 학생 수가 적은 지역일수록 '수능'에 초점을 맞춰 입시를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육열이 치열한 서울보다 지방이 내신 따기 유리하다'는 인식은 구조적으로 성립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올해부터 내신 5등급제가 적용되는 고1은 상위 10%까지가 1등급을 받을 수 있다. 이후 34% 2등급, 66% 3등급, 90% 4등급, 90% 이하 5등급으로 구분되는데, 한 학년이 100명도 되지 않으면 내신 등급 받기는 그만큼 어려워진다.
특히 고교학점제가 실시되면 과목별 수강자 수가 이보다 더 쪼개지게 되는데, 수강자가 1~9명인 과목에선 1등급이 한 명도 나올 수 없다. 실력과 상관없이 1등급 진입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학생의 진로·적성 기회를 넓히기 위해 도입된 고교학점제가 본래 취지대로 추진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본인 적성보다 수강자 수가 많아 내신 따기 유리한 과목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의도한 정책 방향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방일수록 '수능' 준비가 필요한데, 이들 지역은 오히려 정시에 대비할 수 있는 교육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게 아이러니"라며 "공교육에서라도 이를 해결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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