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재정 건전성 유지를 위해 연간 나라살림 적자 비율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내로 관리하는 재정준칙 법제화 추진을 사실상 폐기했다.
26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재부는 지난 23일 국회에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과 함께 제출한 '국가재정운용계획의 재정총량 효과 및 관리방안'에서 '재정준칙 법제화 지속 추진' 문구를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권 교체 전인 지난 4월 1차 추경 당시만 해도 기재부가 국회에 제출한 재정운용 계획상에는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재정운용의 기본 원칙인 재정준칙 법제화를 지속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재정준칙이란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재정수지나 국가부채의 한도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법으로 정해 강제하는 것을 말한다. 기재부는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 아래 연간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GDP의 3%를 못 넘게 법으로 의무화하는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해왔다.
새 정부가 제출한 30조5000억원 규모의 이번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2.8%에서 4.2%로 확대돼 재정준칙 상한선(3%)을 넘기게 된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대응을 위해 재정지출을 크게 늘린 2020년 이후 5년간 재정준칙이 지켜진 적은 단 한 해도 없었다.
세입 기반 악화 속 재정준칙을 지키려면 총지출을 줄여야 하지만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재정수요의 구조적 증가에 밑바닥 내수 탈출을 위해 확장재정을 선언한 이재명 정부에서 총지출 증가 추세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연간 정부 총지출은 처음으로 700조원을 넘어선 702조원이 된다. 총지출 증가율은 본예산 기준 2.5%에서 6.9%로 대폭 확대된다.
임기근 기재2차관은 재정준칙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는 지적에 대해 "(재정준칙을) 경직적으로 준수하는 건 오히려 경제와 재정 운용에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며 "지난 정부에서도 여러 가지 이유로 (3% 룰을) 지키지 못했다. 재정준칙의 실현 가능성과 수용성 등을 재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달 20일께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첫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현 정부의 재정 운용 목표, 중장기 재정의 지속 가능성 확보 방안 등이 폭넓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가 제출한 재정총량 관리방안에 따르면 본예산 기준 1273조3000억원이었던 국가채무는 올해 처음으로 1300조6000억원으로 불어나게 된다. 2026년 1388조4000억원, 2027년 1478조4000억원, 2028년 1570조1000억원 등으로 증가세는 매년 이어질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 채무비율은 내년(50.3%) 처음으로 50%를 넘어선다.
기재부는 "확장재정 기조 속에서 중장기 재정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연례적 집행 부진·저성과 사업 등에 대한 지출구조조정과 함께 의무지출 효율화, 비과세·감면 정비, 조세제도 합리화, 탈루소득과세 등 세입 기반 확대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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