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원하든 원치 않든, 자주 '과함'에 빠져든다. 과식, 과음, 과소비, 그리고 다양한 쾌락 중독까지. 미국 네바다대학교 저널리즘학 교수인 저자는 그 원인으로 '부족하다는 착각'을 지목한다. 과거 생존을 가능하게 했던 '결핍 인지'가 현대에는 오히려 잘못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과거 '자원 결핍' 시대에 결핍 신호는 인류의 생존을 돕는 유용한 경고였다. 식량, 정보, 소유물, 시간 등 생존에 필수적인 자원이 부족했던 시대에는, 더 많이 가지려는 노력 자체가 생존 확률을 높였다. 당시에는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결과의 총량이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지나침'의 위험도 적었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과잉된 현대 사회에서는 이 결핍 신호가 중독으로 이어지기 쉽다. 실제로 우리의 욕구 인지와 현실의 필요 사이에는 큰 간극이 존재하고, 넘치는 자원을 쉽게 받아들이는 사회 구조는 오히려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가 됐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적당함'의 균형이 무너지면 결핍과 과잉 모두가 생존에 있어 똑같은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과학적 데이터를 통해 상세히 설명한다.
저자는 잘못된 결핍 해소 과정이 특정 순환 구조를 따른다고 말한다. 무언가를 얻을 수 있는 '기회 발견'이 '예측 불가능한 보상'으로 이어지고, 다시 '즉각적인 반복'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이는 도박의 메커니즘과 유사하다. 실제로 과거 인류에게 식량을 구하는 일은 예측할 수 없는 도박과도 같았다. 목숨을 건 사냥은 실패 시 죽음, 성공 시 짜릿한 포만감이라는 보상 사이에서 삶의 동력으로 작용했고, 덕분에 인류는 생존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결핍 신호는 현대 사회에서 오히려 퇴보를 초래한다. 예를 들어, 제2차 세계대전 중 급속도로 발전한 가공식품은 이후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됐다. 1940년대만 해도 미국인 중 뱃살을 걱정하는 이는 드물었지만, 1950년대를 기점으로 식량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식사 풍경은 '푸드파이트'로 변모했다. 저자는 비만 연구자이자 '배고픈 뇌'의 저자인 스테판 귀에네의 말을 인용해 "100년 전까지만 해도 살이 찌는 건 긍정적인 의미였지만, 1970년대 이후로 비만은 가속화됐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이 위기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저자가 제시하는 해답은 '덜어내기'다. 과잉에서 벗어나 적정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건축 사례를 들었다. 불안정한 레고 다리를 보완하는 미션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블록을 더 추가했지만, 실제로는 특정 블록 몇 개를 제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었다. 그는 인간의 뇌가 '적은 것'을 나쁘고 비생산적이라고 여기며, '많은 것'을 좋고 생산적이라고 착각한다고 지적한다. 결핍을 인식하는 뇌는 기본적으로 '더 많이'를 추구하고 '더 적게'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연방 규정이 1950년보다 17배 늘었고, 가정집 크기는 1970년대보다 3배 커졌다. 1930년대에 비해 사람들은 233% 더 많은 옷을 소유하고 있으며, 레스토랑의 1인분 식사량도 1950년대보다 4배 많아졌다. 또한 사회 전반의 조직에서는 기존 프로그램을 없애기보다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추가하려는 경향이 10배나 높다. 정보 과잉과 그에 따른 관리직 증가로 이어졌고, 2000년대 초 이후 관리직 인원은 44% 증가했으며, 정보량은 15년 전보다 90배 많아졌다. 조직 내 회의 시간도 1960년대보다 평균 130% 증가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사람은 시간의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는 시간이 모자란다고 느낀다. 사실 인간의 기대 수명이 늘어났고 직업의 성격 자체도 변했기에 우리에겐 이전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이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의 삶 속에 '해야 할 일'을 강박적으로 쑤셔 넣고 있기에 압박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외에도 저자는 예측 불가능한 결과가 더 큰 흥분을 유발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도박·과소비·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독 등의 사례를 상세히 소개한다. 책에서 언급된 다양한 사례에 비춰볼 때, 이 '과잉의 저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아마존 원시림에 거주하는 치마네족 정도일 뿐이며, 결국 현대 사회에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종교적 색채가 짙어지고 내용 전개가 다소 산만해지며 몰입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은 아쉽다. 또한 "개소리" "구리다" 같은 비속어 사용은 독서의 품격을 떨어뜨릴 수 있다.
가짜 결핍 | 마이클 이스터 지음 | 김재경 옮김 | 부키 | 463쪽 |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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