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거리서 고부가가치로" KAIST, 폐타이어 재활용 전환점 마련

폐타이어를 고무, 나일론 섬유 원료로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폐타이어는 해마다 세계적으로 수십억개가 폐기돼 환경오염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 왔다. 하지만 새롭게 개발된 기술을 적용하면 폐타이어 재활용 분야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KAIST는 화학과 홍순혁 교수 연구팀이 이중 촉매 기반 연속 반응 시스템을 개발해 폐타이어의 환경오염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가능성을 열었다고 26일 밝혔다.

(왼쪽부터) 최경민 석박사통합과정, 박범순 박사, 홍순혁 교수, 조경일 박사. KAIST 제공

(왼쪽부터) 최경민 석박사통합과정, 박범순 박사, 홍순혁 교수, 조경일 박사. KA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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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타이어는 합성고무와 천연고무의 복합체로 구성된다. 실리카, 카본블랙, 산화방지제 등 첨가제를 포함해 물리적 강도와 내구성이 극대화돼 있다. 특히 가황 공정으로 고무 사슬 간 가교가 형성돼 열과 압력에 강한 구조를 갖게 되는데 이는 폐타이어의 화학적 재활용을 어렵게 만드는 주된 원인 중 하나다.


그간 폐타이어의 재활용은 주로 열분해 방식이나 물리적 분쇄 재활용에 의존했다. 열분해 방식은 350~800도의 고온 환경에서 고분자 사슬을 분해해 연료유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높은 에너지 소비와 낮은 선택성 그리고 저품질 탄화수소 혼합물 생성은 효율적 재활용에 분명한 한계로 작용했다.


연구팀은 이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가지 촉매를 활용해 폐고무를 유용한 화학물질로 바꾸는 방법을 개발했다.

하나의 촉매로 고무 분자 안 결합 구조를 바꿔 분해를 촉진하고, 또 다른 촉매가 고리를 닫는 반응을 통해 고리 모양의 화합물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이 같은 방식은 최대 92%의 선택성과 82%의 수율을 나타냈다. 특히 촉매로 만들어진 고리형 펜텐은 다시 고무로 재활용할 수 있고, 고리형 헥센은 나일론 섬유의 원료로 쓰이는 등 산업적으로도 가치가 높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개발한 시스템을 폐기물로 버려진 폐타이어에 적용해 고순도 고리형 알켄으로 선택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기존 열분해 방식과 달리 저온의 정밀 촉매 반응으로 고부가가치 화학 원료를 생산하는 게 가능하다는 점에서 폐타이어 재활용 분야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받는다.


KA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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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연구팀은 개발한 기술이 다양한 종류의 합성고무와 폐고무에 폭넓게 적용할 수 있어 자원 순환형 경제 실현에 기여할 핵심 원천기술로 주목받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홍순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폐타이어의 화학적 재활용을 위한 혁신적 해법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연구팀은 개발한 기술의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차세대 고효율 촉매 개발과 상용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KAIST 화학과 박범순·조경일·최경민 연구원이 진행했다. 연구논문은 지난 18일 국제 학술지 'Chem'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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