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소설 외국어로 번역할 韓번역가 키운다"...문학 전문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 논의

25일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 정책토론회
한국문학 외국어로 번역할 인재 키울 필요 있어
기존 통번역대학원은 외국어→한국어 위주
2027년 개교 목표로 추진

"음악, 영상, 무대 예술, 문학 등은 서로 다른 언어로 소통하며, 그래서 각각의 분야를 다루는 번역가의 재능은 달라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학번역원이 25일 서울 충정로 모두예술극장에서 '문학번역의 미래 - AI 시대 인간번역의 가치'를 주제로 진행한 정책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김현택 한국외국어대학교 명예교수는 위와 같이 말하며 한국문학 전문 번역가 양성을 위한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수용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이 25일 서울 충정로 모두예술극장에서 문학번역의 미래  AI 시대 인간번역의 가치'를 주제로 진행한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한국문학번역원

전수용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이 25일 서울 충정로 모두예술극장에서 문학번역의 미래 AI 시대 인간번역의 가치'를 주제로 진행한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한국문학번역원

원본보기 아이콘

한국문학번역원의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 논의가 이뤄진 건 기존 통번역대학원과 다른 전문성과 철학을 지닌 제도권 교육기관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김 교수는 "기존 통번역대학원과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통역이 아닌 번역 분야만 전문적으로 다룬다는 점"이라며 "통번역대학원에도 일부 번역 과정이 있지만 대부분 외국어 텍스트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수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예를 들어)한강 작가의 작품을 (외국어)예술 텍스트로 재현할 수 있는 번역가는 정말 드물다"며 "특화된 전문 교육기관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공동 발제자로 나선 최애영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 교수 역시 한국문학번역원의 기존'아카데미'가 '번역대학원대학교'로 도약해, 한국문학의 전문 번역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문학에는 한국인의 삶의 모든 차원에 관련된 과거, 현재, 더 나아가 미래의 지식까지 내포됐다"며 세계에 한국(인)을 알리는 도구로서의 문학번역을 강조했다.


AI(인공지능) 번역이 인간을 위협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최 교수는 "AI의 답에는 오류가 있을 수 있고, 판단은 늘 사용자 몫으로 남아있다. 그것을 짚어낼 줄 모르는 사용자라면 낭패를 볼 수 있다"며 "정형화된 표현을 파기하고자 문학번역과 통계에 의해 조합된 정형화되고, 상투적인 표현을 제시하는 AI 번역은 본질적으로 모순관계에 있다"고 짚었다.


다만 토론자로 참여한 마승혜 동국대 영어영문학부 교수는 AI가 인간 번역가의 역량 강화 수단으로 기능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마 교수는 김혜순 시인의 시 '쌍시옷 쌍시옷' 중 과거와 미래를 쌍시옷의 통일된 표현으로 드러낸 "었 겠 었 겠"을 AI가 "Was Will Was Will"로 번역한 사례를 언급하며 "AI가 제시하는 사례가 영감을 주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 이날 토론에는 ▲소설가 문지혁 ▲이구용 KL매니지먼트 대표 ▲이재원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타파스웹소설사업팀장 ▲정기인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조용경 전문번역가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전수용 번역원장은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지금 오히려 인간번역의 가치는 더 정교하고 본질적인 지점을 요구받고 있다"며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대학원대학 설립을 통해 번역교육 체계를 제도적으로 전환하고, 한국문학과 문화콘텐츠의 세계화를 이끌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번역원은 2008년부터 운영해 온 번역아카데미의 성과를 바탕으로 석사과정 학위를 수여하는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을 추진 중이며, 2027년 개교를 목표로 한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