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강경 이민 정책의 여파로 미 군사 훈장까지 받았던 50대 한국계 퇴역 미군이 결국 자진 출국 형식으로 미국을 떠나게 됐다.
연합뉴스는 미 NPR의 24일(현지시간) 보도를 인용해 최근까지 하와이에 거주했던 박세준(55)씨가 지난 23일 한국으로 자진 출국했다고 보도했다.
박씨는 미 영주권자지만 15년 전 약물 소지, 법정 불출석을 이유로 추방 명령을 받은 것이 문제가 됐다. 당시 이민 당국의 허가로 미국에 계속 체류해왔던 박씨는 최근 돌연 구금 통보를 받았다. 그는 미 NPR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지키려고 싸웠던 나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정말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7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로스앤젤레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고교 졸업 후 미군에 입대한 그는 1989년 12월 '파나마 침공' 작전에 투입됐다. 그는 당시 등에 총상을 입고 명예 제대한 뒤, 전투 공로를 인정받아 퍼플하트 훈장을 받았다.
전역 후 박씨는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렸고, 결국 마약에 손을 댔다. 박씨는 뉴욕에서 마약 거래를 하다 경찰에 체포됐고, 이후 법정 출석도 이행하지 않으면서 보석 조건 위반 혐의까지 추가돼 2009년부터 3년간 복역했다.
출소 뒤 박씨는 추방 명령을 받았지만, 매년 이민국 직원의 확인을 받는 조건으로 미국에 계속 체류할 수 있었다. 이는 미 이민세관국(ICE)이 추방 우선순위로 분류하지 않는 이들에겐 흔히 있는 일이라고 NPR은 설명했다. 이후 박씨는 마약을 끊고 가족들이 살고 있던 하와이로 이주해 10년간 자동차 딜러로 일하며 아들과 딸을 키웠다.
상황은 이달 초 급변했다. 하와이 이민세관국(ICE) 사무소에서 박씨는 앞으로 몇주 안에 자진 출국하지 않으면 구금, 추방될 것이라는 경고를 받았다.
미국은 평시에는 1년 이상, 전시에는 단 하루라도 미군에서 명예롭게 복무한 사람에게 신속 귀화 혜택을 제공한다. 하지만 박씨는 복무 1년이 되기 전 제대해야 했으며, 파나마 침공은 미 정부가 적대 행위로 분류하지 않아 신속 귀화 대상이 되지 않았다. 이후 마약 소지와 보석 조건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되면서 박씨는 귀화 신청이나 강제 출국 명령에 대한 구제 조치마저 불가능해졌다.
결국 박씨는 50여년간 살아왔던 미국을 떠나기로 했다. 23일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가족, 친구들과 시간을 보낸 그는 "올해 85세인 어머니를 보는 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모든 일을 겪었지만 군에 입대하거나 총에 맞은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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