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한한령을 해제한다고 하더라도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중국 내에서 과거 한류 열풍이 불었던 것처럼 전면적인 시장 확대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6일 한국수출입은행의 '콘텐츠 산업 현황과 분야별 쟁점'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중국 정부의 한한령 해제 기대감이 고조됨에 따라 한한령 해제 이후 한국 콘텐츠 산업의 중국 시장 확대 여부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한한령은 2016년 한국의 사드(THAAD) 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 정부의 비공식적인 보복 조치로 한국 콘텐츠 및 연예인의 중국 활동을 사실상 전면 제한했다.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방송 심의 탈락, 공연 불허, 광고 차단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적용돼 한국 드라마와 음악, 광고, 게임 등의 중국 내 유통이 막히면서 중국 내 한류 확산은 급격히 둔화했다.
수은은 중국이 한한령을 택한 것은 사드 배치라는 표면적 문제 외에 문화를 안보의 영역으로 간주하는 '문화안보'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류를 서구 대중문화의 일종의 대체재로 받아들였다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인기를 얻자 이를 제한했다는 것이다.
중국이 한한령을 해제한다면 일단 일부 업종은 어느 정도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대표적으로 판권 확대가 예상되는 국내 드라마 및 영화, 공연 재개 및 굿즈 판매가 예상되는 케이팝, 판호 발급 증가를 기대할 수 있는 게임 등이다. 한한령 해제 시 한국 드라마·영화를 중국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에 별도 제작비 투입 없이 추가 판매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중단됐던 케이팝 공연 외에 음반 및 굿즈 판매 유통도 재개될 수 있다.
게임 산업에서는 2016년 한국 게임에 대해 35개의 판호를 발급한 뒤 한한령이 시작된 2017년부터 판호 발급을 중단했다. 이후 2020년 1개, 2021년 2개, 2022년 8개, 2023년 8개, 2024년 11개의 판호를 한국 게임에 발급한 바 있어 한한령 해제가 본격화될 경우 판호 발급 속도는 더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여전히 자국의 문화 산업 보호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어 한한령이 해제되더라도 과거와 같은 전면적 시장 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한한령 이후 중국이 콘텐츠 자급역량을 큰 폭으로 키워 중국 콘텐츠 대비 한류 콘텐츠의 경쟁력이 과거보다 약화했다는 점도 한류 확산의 부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중국 사업자들도 정부 시각에 맞춰 매우 선별적으로 한국 콘텐츠를 수입·유통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김윤지 수은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한령이 중국의 문화안보 전략에 따른 통제 조치였음을 감안한다면 한한령이 해제되더라도 과거와 같은 급격한 시장 확대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 중국 수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구조 및 정치적 신뢰 관계를 확보하는 '포스트 한한령'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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