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억이면 트럼프 안 봐도 돼"…뉴질랜드에 미국 부자들 우르르

뉴질랜드 '골든비자' 요건 완화에 신청 급증
"트럼프 행정 불확실성탓 부자 이민 증가"

뉴질랜드 정부가 투자이민 요건을 완화하자 이른바 '골든비자'를 신청하는 미국인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 언스플래쉬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 언스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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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가디언 호주판에 따르면 뉴질랜드 연립정부는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지난 2월 '액티브 인베스터 플러스(Active Investor Plus)' 비자 요건을 완화했다. 이는 '골든비자'라고도 불리는데, 부유한 외국인에게 뉴질랜드 거주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4월부터 시행된 완화된 새 규정에는 투자 기준 하향, 영어 능력 요건 폐지, 거주 요건을 기존 3년에서 3주로 대폭 줄이는 내용 등이 담겼다.


뉴질랜드 이민부에 따르면 새 규정 시행 이후 총 189건의 신청이 접수됐다. 신청자와 동반 가족을 포함하면 609명에 달한다. 이는 이전 2년 반 동안 접수된 116건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이 중 미국 국적 신청자가 85명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했고 중국(26건), 홍콩(24건)이 뒤를 이었다. 나머지는 아시아와 유럽 각국에서 신청했다.


가디언은 "새 규정에 따라 149명이 최소 500만 뉴질랜드달러(41억1000만원)를 3년간 투자하는 '성장형' 비자에, 40명이 최소 1000만 뉴질랜드달러(82억1850만원)를 5년간 투자하는 '균형형' 비자에 각각 지원했다"며 "이민국은 현재까지 100건이 원칙 승인했고 7건은 실제 자금이 이전돼 약 4500만 뉴질랜드달러(369억8235만원)가 유입됐다"고 전했다.

이민 및 정착 컨설팅 업체 내시 켈리 글로벌(Nash Kelly Global)을 운영하는 스튜어트 내시 전 뉴질랜드 경제개발부 장관은 "거의 모든 신청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 벌어지는 변화를 이유로 들고 있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무역개발청 투자 담당 베니 굿맨 본부장은 "정치적 안정성과 지속가능 기술 분야의 혁신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며 "이는 단순 수익 이상의 '유산'을 고민하는 투자자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간다"고 말했다.


내시 전 장관은 "현재 많은 이들이 '세금 피난처'가 아닌 '안전한 피난처'를 찾고 있다"며 "뉴질랜드는 안정적인 민주주의, 독립적인 사법제도, 안전한 금융시스템을 갖춘 국가로 미국인들에게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인을 비롯한 부유한 외국인들이 뉴질랜드로 대거 모여든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뉴질랜드 이민청 웹사이트 방문자는 2500% 급증했고, 미국 대법원의 낙태권 폐기 판결 이후 방문자는 7만7000명으로 4배 증가하기도 했다. 2024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이후에도 뉴질랜드 부동산 시장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도 커졌다.


억만장자들의 이민은 정치적 논란거리가 되기도 한다. 뉴질랜드 정부가 돈을 받고 국적을 판다는 이유에서다. 2017년 페이팔 공동창업자 피터 틸이 단 12일 체류하고도 뉴질랜드 시민권을 취득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에 저신다 아던 전 총리는 2018년 투자이민과 외국인 부동산 취득 요건을 강화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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