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硏 "위장약에서 파킨슨병 치료 실마리"

위장약이 파킨슨병 등 뇌 질환 치료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한약자원연구센터 박건혁·임혜선 박사 연구팀이 위장질환 치료제의 일종인 '레바미피트(Rebamipide)'가 신경세포 보호 및 뇌 염증 완화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규명했다고 25일 밝혔다.

박건혁 책임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원 제공

박건혁 책임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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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미피드는 위장 점막 보호와 항산화·항염 작용으로 널리 쓰이는 위장약의 일종이다. 최근까지 레바미피드는 위염, 위궤양 등 치료에 주로 사용돼 왔다.


연구팀은 한의학에서 위장 기능을 관장하는 '비(脾)'가 정신활동을 주관한다고 판단해 위장 기능과 뇌 기능을 상호작용하는 하나의 생리 시스템으로 해석하는 데 주목했다.


이러한 전통적 이론에 착안해 레바미피드가 가진 위장 보호 효능이 실제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데 적용돼 파킨슨병 모델에서 운동장애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워 실험을 진행·검증했다.

이 결과 레바미피드는 파킨슨병 유도 실험동물에서 도파민 신경세포의 생존율을 2.1배, 도파민 분비량을 1.4배 증가시키는 동시에 NLRP3-NEK7 단백질 복합체 형성을 저해함으로써 뇌 염증 경로를 조절할 수 있는 작용기전이 규명됐다.


또 실험에서 레바미피드가 두 단백질 사이의 수소 결합 및 할로겐 상호작용을 차단해 복합체 결합을 억제하고, 염증 유발 물질의 발현을 3.7배가량 줄인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가상 도킹 분석 결과에서 레바미피드가 두 단백질에 동시에 결합해 복합체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구조적 가능성도 확인했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성 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돼 운동장애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다수 파킨슨병 환자는 변비, 위 무력증 등 위장관 이상 증상을 동반한다. 장과 뇌의 기능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치료 패러다임 변화가 요구되는 지점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한의학의 전통 이론을 바탕으로 현대 신경과학 분야에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 융합연구의 성과물"이라며 "이는 한약 뿐 아니라 기존 양약도 한의학적으로 재해석해 치료 범위를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과제명 : 한약 자원 미래가치 혁신기술개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한국한의학연구원 기본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했다.


연구 성과는 알레르기 및 면역 분야 국제 학술지 'Journal of Neuroinflammation'에 지난 5월 17일 게재됐다. 제1 저자는 임혜선 박사, 교신저자는 박건혁 박사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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