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물가가 치솟는 요즘, 소비자는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가격표를 꼼꼼히 들여다본다. 이럴수록 규모의 경제와 고정비 절감 등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유통 대기업과 온라인 쇼핑몰의 위상은 더 높아지지만 영세한 오프라인 매장은 속속 문을 닫고 있다. 이런 흐름을 거스르고 '가격 경쟁력'으로 맞불을 놓은 중소 유통기업이 있다. '소도몰'이다. 기업의 슬로건인 '소비자도 도매가로'의 머리글자를 따 만든 이름처럼 최저가에 진심인 곳이다. 소도몰은 지난해 7월 서울 동작구에 1호점을 연 뒤 6개월 만에 연 매출 112억원과 영업이익 8억원을 달성했고, 1년 만에 전국 160개 매장을 열었다.
26일 서덕호 소도몰 대표는 "애초에 흑자가 나는 사업 모델로 설계했다"며 "공동구매 방식을 통해 재고가 거의 없이 운영된다"고 말했다. 소도몰은 본사가 선별한 상품을 매장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공동구매로 제안하고, 고객은 원하는 수량만 예약한 뒤 해당 매장에서 직접 수령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공동구매는 하루 3~5개 품목에 한해 진행되며 중간 유통 단계를 줄여 단가를 낮췄다. 덕분에 제조사는 확정 주문과 빠른 정산으로 생산 부담을 줄이고, 고객은 온라인 최저가보다 최대 70% 저렴하게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매장은 필요한 물량만 들여 운영 부담이 적고, 점주도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 대표는 "제조사, 고객, 점주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상생 구조를 지향한다"고 했다.
소도몰은 최근 450개 매장과 추가 계약도 체결했다. 별도 광고 없이도 빠른 확장세를 이어가는 것이다. 서 대표는 "따로 마케팅을 하지 않는다. 입소문이 전부"라고 말했다. 이 입소문이 효과를 내는 배경에는 입점 전략과 고객층의 특성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서 대표는 "명동이나 강남 같은 번화가가 아니라, 생활권에 밀집된 주거 지역을 우선순위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소도몰의 매장은 신도시나 아파트 단지처럼 지역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생활권에 집중돼 있다.
주요 고객층도 이런 구조와 잘 맞물린다. 지역 커뮤니티를 통한 정보 공유가 활발한 40~50대 주부층, 실속 있는 소비를 중시하는 1~2인 가구의 꾸준한 수요가 입소문 확산을 자연스럽게 이끈다는 것이다. 아울러 매장 대부분은 현재 수도권에 있지만 최근에는 강릉과 원주 등에도 출점을 완료했다.
소도몰의 향후 과제는 '내실 다지기'다. 서 대표는 "외형 성장에 집중해온 만큼 앞으로는 소싱 역량을 높이고 점주 교육을 체계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점주를 대상으로 분기·수시 간담회를 병행할 계획이다. '도매가 또는 최저가라고 해서 품질을 희생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더 나은 품질의 상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기준도 강화하고 있다.
서 대표는 현재 종합격투기 단체인 로드FC 대표직을 겸하고 있다. 그는 "수십년간 유통업에 몸담았던 소도몰 이사진의 조언과 정문홍 로드FC 회장을 비롯한 동료들의 배려 덕분에 소도몰 운영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소도몰을 믿고 함께하는 점주들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돕고, 고물가에 지친 고객을 위해 항상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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