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4일 국무회의에서 중국 고전 서유기에 나오는 '파초선(芭蕉扇)'을 언급한 것은 공직자들에게 권한의 무게를 잊지 말라는 당부의 의미가 담겼다. 비상경제상황 태스크포스(TF) 회의와 앞선 국무회의에서 경제 위축과 물가 급등에 따른 고통을 거론하며 공직자 역할을 강조해 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 시절 기용된 고위 공직자들과 '국정 동거'를 이어가고 있다. 인사 교체가 마무리될 때까지는 전임 정부 임명직들과 호흡을 맞출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이 대통령은 "파초선이라는 작은 부채를 마녀가 들고 있는데, 부채를 한 번 부치면 천둥 번개가 치고 두 번 부치면 태풍이 불고 세상이 뒤집어진다"면서 "권력이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고위 공직자가 하는 일과 작은 사인 하나에 누군가는 죽고 살고, 때로는 나라를 흥하고 망하게도 한다는 얘기다. 직을 유지하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달라는 당부의 메시지다.
앞서 이 대통령이 지난 9일 열린 비상경제상황 TF 회의에서 "공직자가 쓰는 한 시간이 5200만 국민의 한 시간과 맞먹는다. 그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한 것도 공직자의 책임 의식과 관련한 내용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3일 취임 이후 첫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도 "행정이라고 하는 것이, 또 국정이라고 하는 것이 하자면 끝이 없고, 안 하자면 아무것도 안 해도 될 것 같은 영역이어서 마음 자세가 정말로 중요하다"면서 적극 행정을 당부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에 속도를 내 달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24일 국무회의에서 해수부에 올해 말까지 부산 이전을 완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 새 청사 건립에 의존하지 말고 임대 공간을 활용하는 등 현실적이고 신속한 방법을 검토하라고도 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25일 '6·25전쟁 75주년을 맞으며'라는 제목의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며 "전쟁을 다시 겪을 일 없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수많은 이들의 희생과 헌신에 올바로 응답하는 길"이라며 "경제가 안정되고, 국민이 안심하며 안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한반도 평화 체계를 굳건히 구축해 나갈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오늘의 대한민국은 결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전장을 지킨 국군 장병과 참전용사, 유가족, 그리고 전쟁의 상처를 감내하며 살아오신 국민 모두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면서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특별한 희생을 치른 분들께) 더 많은 지원이 이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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