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석 내란 특검이 "끌려다니지 않겠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24일 전격적으로 청구했다. 수사 개시 6일 만에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던진 첫 승부수다. 왕년의 특수통 검사들인 조 특검과 윤 전 대통령 간에 치열한 수 싸움이 시작됐다는 것이 법조계의 평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 8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5.6.23 사진공동취재단
원본보기 아이콘내란 특검팀 공보 담당인 박지영 특검보는 체포영장 청구 사실을 공개하며 "특검은 수사기한에 제한이 있고, 여러 사안에 대한 조사가 예정돼 있다"며 "끌려다니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이 아니라 특검팀의 페이스대로 수사를 이끌어가겠다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에 적시된 혐의는 경찰·공수처 체포영장 집행 방해, 비화폰 삭제 지시 등이다. 당초 수사를 맡았던 경찰이 3차례 소환을 통보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거부했다.
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은 여러 피의자들 가운데 한 사람에 불과하다"며 "나머지 관련자들은 다 조사를 받았는데 (윤 전 대통령은) 조사에 응하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라고 했다. 박 특검보는 그러면서 "법불아귀(法不阿貴)"라고도 했다. 한비자에 나오는 법불아귀는 '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법 앞의 평등을 의미한다. 박 특검보는 또 윤 전 대통령을 체포할 경우 조사실 문제에 대해서도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다른 조사실을 쓸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통상 검찰 특수수사에 밝은 이른바 '특수통'들은 수사 과정에서 '속도'와 타이밍을 중시한다. 다른 특검들이 진용 구축에 바쁠 때 내란 특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수사를 조기 개시한 것도 그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 측과 치열한 신경전이나 여론전을 펴기도 한다. 내란 특검팀이 "끌려다니지 않겠다" "여러 피의자 중 하나" "법불아귀"를 언급한 것은 그 차원으로 해석된다.
특검팀의 창에 맞서야 하는 윤 전 대통령 측은 25일 "체포영장에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돼 있다"며 법원에 의견서를 냈다고 밝혔다. 앞서 윤 전 대통령 대리인단은 "윤 전 대통령은 특검 발족 후 일정 조율을 거쳐 조사에 응할 계획이었으나 특검은 기습적 영장 청구를 한 상황"이라며 "향후 정당한 절차에 따른 특검의 요청에 따라 소환에 적극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다"고 했다.
무조건적 소환 거부가 아니라 정당한 요청이라면 소환에 응하겠다며 일정부분 여지를 둔 것이다. 특검의 예봉을 피하면서 '무조건 불응하는 게 아니다'라는 점을 내비쳐 법원에 호소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법원의 체포영장 발부 여부 결정은 25일 중 나올 수 있다. 체포영장이 발부되면 특검팀은 즉각 집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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