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이란의 핵 시설 3곳을 타격한 가운데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이 해당 공습으로 이란 핵 프로그램의 핵심 구성 요소를 파괴하지 못했다는 초기 평가를 내놓았다고 미 CNN 방송 등이 24일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평가는 미국의 공습 이후 미 중부 사령부가 실시한 전투 피해 평가를 바탕으로 한다. 평가 결과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단지 수개월 지연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피해 분석이 현재 진행 중인 만큼 변경될 수 있다.
복수의 소식통은 CNN에 이란의 농축 우라늄 저장고가 파괴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원심분리기가 대부분 온전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소식통은 농축 우라늄이 미국의 공습 이전 다른 시설로 옮겼다며 미국이 이란의 핵 개발을 최대 몇 개월 정도 지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지난 13일 이스라엘이 이란을 기습적으로 선제공격하기 약 1주 전 IAEA 조사관들이 이스파한 현지에서 핵물질을 확인했으나, 현재는 다른 장소로 옮겨졌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농축우라늄은 핵무기의 원료가 될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DIA 보고서가 이란 핵 프로그램 지연을 인정하면서도 지연 기간이 6개월 미만인 것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이 같은 평가 결과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발표와 상반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공격으로 이란의 핵농축 시설이 "완전히 파괴됐다"고 주장해왔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도 이란의 핵 야망이 파괴됐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백악관은 이 같은 평가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이란 핵 시설을 완전히 파괴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유지했다. 캐럴라인 리빗 백악관 대변인은 CNN에 "이러한 평가는 전적으로 잘못된 것이며 '일급 기밀'로 분류됐음에도 정보기관의 하급 실패자가 CNN에 유출했다"고 말했다. 또 미군의 작전이 계획대로 진행됐으며 압도적인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트럼프 행정부는 미 연방 의회에서 이란 핵시설 공습 관련 정보 브리핑을 예정했다가 돌연 연기했다. 상원 브리핑은 26일, 하원 브리핑은 27일로 각각 연기됐다.
구체적인 연기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하원 정보위원회 위원인 민주당의 마이크 퀴글리(일리노이주) 의원은 워싱턴포스트(WP)에 브리핑 연기는 평가서의 당혹스러운 내용 때문이라는 생각이 의회 내에 널리 퍼져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당국에서 이란 핵시설 공중 공격은 지속적인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란 말을 들었다며 "이 일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한 브리핑을 수년간 받아왔고, 항상 지상군을 투입해 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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