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영의 월드+]급작스러운 휴전과 불안한 세계 질서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질서
우리를 지켜낼 힘 있는지가 중요
이스라엘·이란 전쟁이 남긴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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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4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스라엘-이란 전쟁의 휴전을 선언했다. 이란, 이스라엘 모두 어리둥절했지만, 양쪽 모두 지친 상태에서 미국이 선언한 휴전을 받아들이면서 12일 동안 진행되었던 양국 간 전쟁은 일단락되었다.


2023년 10월 하마스의 기습적인 이란 공격으로 시작된 중동의 전쟁과 혼란은 기존 질서를 완전히 변화시켰다. 이스라엘은 자신을 압박하던 하마스, 헤즈볼라를 무력화시켰으며 이란의 지원을 받던 시리아는 붕괴했다. 미국을 끌어들여 마지막 남은 이란 체제를 붕괴시키고 중동의 질서를 이스라엘이 새로 쓰겠다는 네타냐후 총리의 꿈은 마지막 단계에서 멈춰 섰다.

이제 세계는 양국의 휴전이 새로운 질서와 평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끝없는 분쟁과 혼란으로 향할지 우려하며 지켜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변덕스러운 인물이 만들어낸 혼란과 휴전은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한 달 전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3개국을 순방하면서 개입주의자들을 비난했다. 중동에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는 무모한 이상으로 이라크를 침공하여 20년 동안 중동에 혼란을 가져왔던 것을 인정하고 자신은 그렇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번째 순방지로 중동을 선택했지만, 이스라엘은 제외하면서 네타냐후 총리와 거리를 두고 있음을 명확히 했다.


취임 이후 트럼프는 이스라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리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였으며, 이스라엘이 우려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대규모 무기 공급 계약 및 원자력 협정 체결 등을 진행하였다. 하마스에 의해 납치된 미국계 이스라엘인 석방 역시 이스라엘을 뛰어넘어 하마스와 직접 교섭하였다.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봉쇄로 많은 사람이 굶주리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이스라엘과 네타냐후 총리를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한 달 사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어떤 미국 대통령도 하지 않았던 이란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을 감행함으로써 중동문제에 미국이 다시 발을 들여놓게 했다.

24일(현지시간) 이란 핵 문제 논의하는 유엔 안보리 회의장.  AFP·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이란 핵 문제 논의하는 유엔 안보리 회의장.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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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입장 선회는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의 지속적인 설득과 상황 변화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백악관을 방문한 네타냐후는 조만간 이란을 공격할 것을 밝히고 미국의 지원을 요청했지만, 트럼프는 일언지하에 이를 거절했다. 오히려 트럼프는 4월 12일 이스라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란과의 핵 협상에 나섰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이란과의 협의가 잘 진행되지 않자 트럼프의 입장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6월 초 네타냐후가 곧 이란을 단독으로 공격할 것이라고 하자 트럼프는 지원 의사를 밝혔으나 여전히 망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6월 13일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기습공격이 큰 성과를 거두자 트럼프는 태도를 바꾸었다. 취임 이후 가시적인 결과물을 끌어내지 못한 데 따른 초조함이 커지고 있던 상황에서 미국이 개입하여 최후의 일격을 날리면 피해 없이 중동의 문제를 정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하 80m에 위치한 포르도 핵 시설을 공격할 수단이 없었던 이스라엘은 트럼프 대통령의 조급함과 과시욕을 적절히 활용하여 미국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 공군은 지하 시설물 파괴에 특화된 GBU-57 지중관통탄을 탑재한 B-2 스텔스 폭격기 7대를 포함한 대규모 공격편대를 구성하여 포르도를 비롯해 나탄즈, 이스파한 등 3곳의 이란 내 핵 시설을 공격하였다. 인공위성 사진에 따르면 정밀하게 유도된 12발의 지중관통탄이 대규모 피해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 시설이 완벽하게 파괴되었음을 알리면서 이란이 협상에 응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1980년 이래 그 어느 미국 대통령도 하지 못했던 일을 했다는 자신감이 흘러넘쳤다. 그런 자신감을 토대로 트럼프는 일방적인 휴전을 선언했고 이란, 이스라엘 양국이 따르도록 함으로써 주도권이 자신에게 있음을 명확히 했다.


이란은 미국의 폭격 이후 보복하겠다는 태도를 일관되게 표명했지만 카타르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 기지에 대한 제한된 공격으로 마무리했다. 이란으로서는 장기화하는 전쟁을 버티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이란의 체제 전복까지 가능하다고 판단했던 네타냐후 총리는 휴전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지만 한계에 달한 이스라엘의 전쟁 수행 능력은 휴전을 받아들이도록 하였다.

이스라엘로서는 12일간의 전쟁을 통해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장거리 탄도미사일에 큰 타격을 가하여 전쟁의 목표를 대부분 달성했지만 이란이 기존 체제를 유지하면서 회복을 도모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아쉬움과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다. 이번 전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세계에 보여주었으며, 자신에 대해 가해지던 우유부단하다는 비난을 일소하는 성과도 거두었다.


휴전이 이루어지면서 이제 세 나라는 각자의 과제를 받아들었다. 이란은 무기력하게 무너진 이유와 원인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대대적인 쇄신과 개혁에 나서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더 큰 내부적 갈등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스라엘은 전쟁으로 봉합되었던 내부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와 더불어 계속되고 있는 가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미국은 중동에서 빠르게 발을 빼고 중국과의 대결에 전력을 집중해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휴전을 넘어 평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12일간의 전쟁과 휴전은 세계 질서가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주었다. 철저하게 힘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음을 실감하게 해주는 기간이었다. 결국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압도적인 힘이었다. 만약 우리에게 비슷한 상황이 생긴다면 그 결과는 훨씬 파괴적일 것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힘은 무엇이고, 우리는 그것을 필요한 순간 망설임 없이 사용하여 우리를 지켜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글로벌 법률·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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