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도 잘 모르는데 회사에서 AI 제품을 디자인하라고 하네요."
LG전자 CX센터에서 일하는 임지동 전문위원은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 인사이트를 찾고, 고객 경험에 혁신을 발굴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디자이너이자 데이터 과학자, 실리콘밸리에서 창업 경험도 있다. 그는 요새 주변에서 "나도 AI를 잘 모르는데 회사에서 AI 제품을 만들라고 한다"는 고민을 자주 듣는다고 한다. 임 전문위원은 "거대언어모델(LLM)이 나오면서 사람처럼 말하고 듣고 이해하는 AI 제품들이 출시되고, 사람이 제품과 대화하는 시대가 됐다"며 "디자이너는 새로운 대화 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임 전문위원은 2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2회 퓨처 디자인 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디자인 기업 관계자와 학계 등 4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 그는 "전문성을 가지고 일을 대신하거나 대행하는 에이전트는 개인 한 사람보다는 기업·기관들에 더 영향을 많이 줄 것이고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AI 동료뿐만 아니라 AI 팀장까지 모실 수도 있는 시대. 그는 업무 방식과 조직 구성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임 전문위원은 "근본적이고 조직적 변화를 수용하는 기업이 AI 시대에 살아남을 것"이라며 "일상과 업무에서 능동적으로 최신의 AI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입 직원이라도 AI와 함께 일하려면 관리자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모든 인력의 관리자화가 될 것"이라며 "디자이너는 다른 사람이나 AI를 이해하는 방법을 알고 자신만의 감각과 취향, 장인정신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AI 개발 로드맵 단계마다 어떤 기술적 한계점이 있고, 어떤 장애물을 넘어야 하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면서 "AI를 활용한 제품 업데이트는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그는 "컴퓨터가 처음 등장했을 때처럼 AI는 우리의 '새로운 연필'이 될 것"이라며 더 좋은 AI에 매몰되기보다는 디자이너가 신경 써야 하는 중요한 가치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무엇보다 고객으로 흔쾌히 사용할 만큼 좋아할 결과물일지, 고객을 편리하고 편안하고 행복하게 만드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에서 16년째 제품 디자인 업무를 맡고 있는 고성찬 프로는 'MZ 디자이너, AI를 이렇게 활용한다'는 주제로 발제를 했다. 그는 한국디자인진흥원 사업의 일환으로 2023년부터 최근까지 10여 개 대학교 학생들과 AI를 활용한 디자인 워크숍을 진행했다.
고 프로는 "지난달에 홍익대 세종캠퍼스와 함께 한 워크숍에서는 휴머노이드에 인간문화재의 춤을 접목해 우봉 이매방 선생의 동작을 구현하는 프로젝트를 했다"고 우수 사례를 소개했다.
고 프로와 함께 워크숍에 참여한 국민대 AI디자인학과 재학생 손아현씨는 코딩 경험 없이 커서 등 AI 코딩 지원 툴로 'AI 도슨트'를 개발한 경험을 공유했다. 손씨는 "9월 열리는 졸업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이 작품 앞에 서면 설명을 들을 수 있고, 실시간 위치 파악이 가능한 MVP(최소기능제품)를 2주 만에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AI 기반 3D 디자인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인 엔닷라이트를 창업한 김선태 최고기술책임자(CTO)는 AI로 제품 설계를 자동화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사용자가 일일이 디자인할 필요 없이 자연어로 AI에 지시하면 제품 디자인 결과물이 제공되고, 세부 조정이 가능한 솔루션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이 개최한 이 행사는 세계디자인기구(WDO)에서 정한 6월29일 '세계 산업디자인의 날'을 기념해 지난해부터 정례적으로 열리고 있다. 국내외 다양한 글로벌 기업의 사례를 통해 AI 관련 최신 트렌드와 산업별 AI 대응 전략을 공유하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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