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에서 작품을 바꾸기 싫다고 고집을 부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한국 관객 분들이었다. 한국에서 너무나 공감을 받은 경험이 쌓여 있다 보니까 작품을 믿고 가고 싶다고 말할 수 있었다."
창작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작가는 24일 서울 중구의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토니상 6관왕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관객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브로드웨이에서 내세울만한 경력이 없었던 초짜 작가였던 자신이 원작을 고집할 수 있었던 이유가 한국에서의 공연 때 관객들이 보여준 열성적인 호응 덕분이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브로드웨이에 입성하기 전 한국에서 약 10년간 다섯 차례나 공연하고 제2회 한국 뮤지컬 어워즈에서는 대상을 포함해 6개 부문을 수상해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 박천휴 작가는 덕분에 브로드웨이 공연을 앞두고 작품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고 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오는 10월30일부터 내년 1월25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10주년 기념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박 작가는 계속해서 원작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10주년 공연에서도 대본과 음악이 바뀌는 건 없다. 그게 내겐 굉장히 뜻깊은 일이다."
토니상 6관왕을 차지한 창작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작가가 24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토니상 수상 당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 제공= NHN링크]
원본보기 아이콘2016년 300석 규모의 대학로 소극장에서 초연한 창작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지난달 열린 토니상 시상식에서 한국 뮤지컬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토니상 뮤지컬 부문 최다인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 극본상, 작사ㆍ음악(작사ㆍ작곡)상, 연출상, 무대디자인상, 남우주연상까지 주요 6개 부문을 휩쓸며 최다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박천휴는 토니상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을 때 애써 기대하지 않으려 했다며 그런 성격이 어쩌면 해피엔딩의 클레어와 닮았다고도 했다.
"같이 작업하는 윌 (애런슨)도 저도 기대를 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성격의 사람들이다. 무언가를 기대했다가 그게 안 될 경우에 생기는 실망감을 두려워하는 편이다. 사랑의 아픔을 두려워해서 사랑에 빠지지 않기로 마음먹은 어쩌면 해피엔딩 속 클레어 같은 성격이다. 후보작 발표가 났을 때 너무 기뻤지만 '설마 우리가 되겠어. 기대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막상 기대하지 않았던 토니상이 현실이 됐지만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아직 놓아둘 적당한 곳을 못 찾아서 트로피를 식탁 위에 올려뒀다. 트로피를 보면서 아침을 먹는데 너무 신기했다. 상징적인 트로피가 초라한 뉴욕의 내 집에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기도 하고 트로피의 무게만큼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토니상 6관왕을 차지한 창작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작가가 24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제공= NHN링크]
원본보기 아이콘박천휴 작가는 뮤지컬 창작 작업을 즐기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과거 디자이너로 직장 생활을 할 때보다 스트레스가 덜하지만 아직 행복을 느끼지는 못 한다고 했다.
"작품을 쓸 때 행복하지 않다. 일이 있어서 그나마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는 거다. 직장 생활할 때 스트레스는 더 받았지만 지금보다 더 건강했고 돈도 더 잘 벌었다."
그는 뮤지컬 창작 작업이 그만큼 힘들다며 이 일을 하려는 후배 작가들은 그만큼 각오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한국에서 뮤지컬 창작자들을 위한 지원이 더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뮤지컬 창작 지원 제도가 더 많으면 좋겠지만 사실 한국처럼 지원 제도가 많은 나라도 드물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무척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다만 창작자에 대한 것들, 저작물에 대한 로열티를 제대로 정산해주고 하는 것에 대한 인식은 아직 조금 부족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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