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나토 집단방위 이행 묻자 "정의에 따라 달라"

"생명을 지키는 데 전념"…모호한 답변
나토 "유럽, 걱정 그만하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집단 방위 조약 이행에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는 전용기에서 나토 조약 5조를 지키겠냐고 묻는 취재진에게 "당신이 (5조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렸다. 5조에는 여러 정의가 있다"고 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이어 "하지만 난 나토의 친구가 되는데 전념하고 있다"며 "난 여러 회원국 정상과 친구가 됐으며 그들을 도와주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토 조약 5조는 회원국 중 한 곳이 공격받으면 모든 회원국이 공격당한 것으로 간주해 대응하는 집단 방위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유럽의 안보 무임승차를 지적하며 방위비를 제대로 지불하지 않으면 나토 탈퇴까지 고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또 분담금을 제대로 내지 않을 동맹국에 러시아가 공격하도록 부추기겠다는 폭탄 발언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조약 5조와 관련한 답변의 의미를 명확히 설명해달라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난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내가 거기(나토 정상회의) 도착하면 정확한 정의를 내려주겠다. 난 그저 비행기 뒤편에서 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또 국방비 지출을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5%로 올리겠다는 목표에 합의하지 않은 스페인을 향해 "스페인이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한테서 받은 것으로 보이는 문자 메시지를 게시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문자에서 "쉽지 않았지만, 우리는 모두가 5%에 서명하게 했다"며 "당신은 그 어느 미국 대통령도 수십년간 하지 못한 업적을 달성할 것이다. 유럽은 응당히 (국방비를) 크게 지불할 것이며 이건 당신의 승리가 될 것이다"라고 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5조 이행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였지만, 뤼터 사무총장은 미국에 대한 의심을 멈출 것을 촉구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이날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퍼블릭포럼에서 동맹으로서 미국의 신뢰도를 묻는 말에 "미국 대통령과 고위 지도부의 나토에 대한 공약은 확고하다"고 답했다.

또 미국의 나토 집단방위 5조 이행, 갑작스러운 미군 철수 등에 관한 질문을 수없이 받았다면서 "유럽 동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걱정 좀 그만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이 할 일은 의심이 아닌 "(국방)투자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고 방산 기반을 구축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높은 지원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