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디지털보험사가 대대적인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다. 단기·소액 위주 상품에서 벗어나 장기보험을 도입하고 대면영업을 강화하는 등 실적 개선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주요 디지털보험사 5곳(캐롯손해보험·카카오페이손해보험·하나손해보험·교보라이프플래닛·신한EZ손해보험)의 당기순손실은 475억원으로 전년 동기(-345억원)와 비교해 적자 폭이 확대됐다. 이들 보험사 중 하나손보를 제외하고 아직까지 연간 흑자를 기록한 곳은 없다. 하나손보가 기록한 2021년 170억원 흑자도 사옥 매각 이익에 따른 것으로 디지털보험사의 적자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디지털보험사는 보험설계사나 영업점 없이 온라인만으로 보험을 판매·운영하는 회사다. 보험업법상 명칭은 통신판매전문보험사로 총 보험계약 건수와 수입보험료의 90% 이상을 전화·우편·인터넷 등으로 모집해야 한다. 금융권에 핀테크(금융+기술) 붐이 일면서 다수의 금융사들이 디지털보험사를 설립했지만 아직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보험업 특성상 비대면 영업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최근 변화를 꾀하기 위해 장기 건강보험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동안 집중해온 단기·소액 위주 틈새시장에서 벗어나 대형사와 본격적인 경쟁을 펼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일환으로 카카오페이손보는 지난 16일 암·뇌혈관질환·허혈성심장질환 등 주요 중대 질환 진단비를 중심으로 하는 5가지 기본보장과 8가지 맞춤형 패키지(특약) 상품을 선보였다. 카카오톡으로 간편하게 가입하게 하는 등 '국민 메신저'를 앞세워 젊은층과 시니어층을 아우르겠다는 복안이다.
생명보험업계의 유일한 디지털보험사인 교보라플도 저축성보험과 보험료 1만원 내외의 미니·단기보험에서 벗어나 장기 보장성보험에 힘을 싣고있다. 2013년 회사가 설립된지 12년 만인 올해 처음으로 전면적인 리브랜딩을 단행했다. 로고와 각종 디자인을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친화적으로 바꿨다. 주요 장기보험 라인업인 교보라플 정기보험과 교보라플 맞춤건강종합보험에 대한 젊은층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교보라플의 보장성보험 유지고객의 10%는 20대로 과거와 비교해 2배 증가했다.
신한EZ손보는 타 금융사와 협업하며 고객 접점을 늘리고 있다. 신한EZ손보는 지난 20일 제주은행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JBANK' 내에 '보험은 신한EZ' 전용 메뉴를 신설하고 디지털 보험 12종을 선보였다. 지난 10일엔 법인보험대리점(GA)인 토스인슈어런스와 전략적 영업 제휴를 맺었다. 이를 통해 신한EZ손보가 개발한 디지털 금융사기 피해보장 상품이 토스 앱 '토스인슈어런스 추천 보험'에 탑재됐다. 신한EZ손보는 오는 8월 신한금융지주의 슈퍼앱 '슈퍼SOL'에도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계열사 간 시너지도 강화할 계획이다. 신한EZ손보는 통신판매전문보험사가 아닌 종합보험사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어 대면 영업이 자유롭다. 아직은 뚜렷한 움직임이 없지만 최근 장기보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추세라 조만간 대면영업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하나손보도 종합보험사 라이선스를 보유중이다. 하나손보는 비대면 영업에 한계를 느끼고 지난해 말부터 장기보험과 GA 중심의 대면영업으로 사업전략을 바꿨다. 2023년 7개 사업단, 17개 지점이었던 GA 영업조직을 올해에 9개 사업단 35개 지점으로 늘렸다.
2019년 국내 최초 디지털손보사로 출범한 캐롯손보는 한화손해보험으로 흡수합병된다. 다만 '퍼마일 자동차보험' 등으로 젊은층에 친숙한 '캐롯' 브랜드는 그대로 이어갈 방침이다. 현재 한화손보 사이버마케팅(CM) 채널에서 캐롯 브랜드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심중이다. 한화손보는 7월4일까지 채권자 이의제출 기간을 거쳐 같은 달 7일 금융위원회에 합병 승인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합병이 마무리되는 시점은 9월10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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