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령 그린란드가 인구 감소를 겪는 지방의 소멸 위기와 이로 인한 빈부격차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토 야욕보다 더 큰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린란드경제위원회는 최근 이와 같은 내용이 담긴 상반기 경제보고서를 발표하고 그린란드에 '규모의 비경제'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21일 보고서는 현재 그린란드에서 사람이 거주하는 마을(정착지) 총 72곳 가운데 주민 수가 50명에 못 미치는 곳이 14곳에 달하고, 대부분 그린란드 남부 지역에 집중돼 있다고 전했다. 또 주민 700명 미만이 사는 중소 규모에 속하는 마을 67곳에 거주하는 인구 비중이 지난해 기준 7%로 1977년 12%에서 크게 낮아졌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 45년 동안 마을 18곳의 거주민이 모두 사라졌으며, 앞으로 사람이 없는 마을 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방 소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도시 집중화 현상 때문이다. 1975년에는 인구 38%가 도시에 거주했으나 2023년에는 그 비율이 57%로 상승했다. 어업 종사자가 줄면서 관광업 등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이로 인해 지역 간 빈부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최근 그린란드 대도시에는 고소득층이 많아졌고, 작은 시골 마을에는 저소득층만 남게 됐다. 그린란드경제위원회가 추산한 도시 누크의 1인당 평균 사업소득은 약 38만덴마크크로네(약 8050만원), 지방 소도시의 1인당 사업소득은 20만덴마크크로네(약 4230만원)로 차이가 난다.
인구가 빠져나가면서 작은 마을들은 존립이 위태로워졌다. 특히, 여러 사람이 비용을 분담할 수 없게 되면서 학교·의료·노인복지 등에 써야 하는 고정비용의 평균값이 높아졌다. 생산 규모를 확대할수록 단위당 생산 비용이 오히려 증가하는 규모의 비경제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특히, 교육은 취약성이 뚜렷한 부문 중 하나다. 그린란드 전체 75개 초등학교 중 절반이 학생 수가 19명 이하다. 2023·24년도 총 631개 학급 중 106개가 학년이 나누어져 있지 않은 채로 수업을 진행했다. 보고서는 교육의 불평등이 향후 고용의 불평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교육 및 향후 노동시장에서의 기회는 모든 아동과 청소년에게 동일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그린란드경제위원회는 2045년까지 인구가 1만1000명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토르벤 M. 안데르센 그린란드경제위원회 위원장(오르후스대학교 교수)은 "그린란드 전체 인구가 5만6000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약 20%가 감소한다는 것"이라며 "그린란드의 위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과 관계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소멸 위기에 놓인 작은 마을들이 경제적, 사회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