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에도 착공 감소로 입주 물량이 줄어 수급 불균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수도권 입주물량은 올해보다 27%나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수도권에서는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미분양 주택이 쌓이고 있어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4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2025년 하반기 건설·부동산 시장 진단 및 내수경기 활성화 전략 세미나'를 개최했다. '2025 하반기 부동산 시장 진단·경기 활성화 전략'을 발표한 김성환 연구위원은 "하반기에는 착공 감소의 여파가 입주 물량 급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수급 불균형과 수요 양극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유연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내년 입주 예정물량은 전국 기준 19만773가구(부동산원)로 올해(27만4360가구)보다 30.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역별 내년 입주물량은 △수도권 10만1083가구 △지방 8만9690가구로 추산된다. 수도권 입주물량은 올해 14만114가구에서 10만1083가구로 27.83%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착공 물량이 2024~2025년 준공물량으로 이어지는데, 올해 하반기 이후 입주물량 감소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주택 공급 부족 여파는 하반기와 내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선행 지표인 민간 주택 인허가 물량은 2년 연속 감소한 상태다. 올해 상반기 전국 인허가 실적은 전년 대비 16.8% 감소한 7만6778가구다. 공공부문에서는 인허가 물량이 전년 대비 34.9% 증가했지만 민간에서 17.2% 감소했다. 지난해 분양주택 인허가 물량은 34만6000가구로 최근 10년 평균(49만1377가구) 대비 29.6% 적다.
주택 착공 물량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전년 대비 25.0% 감소했다. 지난해 착공 물량은 26.1% 늘었지만 기저효과로 인한 설명이다. 올해 1~4월 착공 물량은 전년 대비 33.7% 감소했다. 인허가 대비 착공률은 지난해 기준 71.3%다. 전년 보다 상승했지만 최근 20년간 평균(81.6%)에 비해서는 낮다. 인허가를 받고도 착공하지 않은 물량도 쌓여가고 있다. 2022~2024년 인허가와 착공 물량 간 격차는 총 44만7856가구다. 특히 비수도권의 2022~2023년 주택 인허가 물량 대비 미착공 비율은 49.9%에 이른다.
초기 분양률은 지역마다 편차가 크지만 당분간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초기 분양 실적을 살펴보면 올해 1분기에는 수도권 (81.5%), 5대 광역시·세종시(79.2%), 8개도(74.9%)를 나타냈다. 전년 대비 수도권은 1.4%p, 8개도는 1.6%p 줄어든 반면 5대광역시와 세종시는 13.4%p 증가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상승 기대감과 공급 부족 여파로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020년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서울 1~6월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만5085건을 기록했다. 가격 상승세가 수도권까지 확산되면서 올해 수도권 아파트 주간 매매가격지수(부동산원)를 보면 6월 2주 들어 0.09%로 상승 전환했다. 송파·서초구 등 중심지 상승세는 지속되고 있으며 서울 외곽과 수도권 동부권까지 상승 지역이 확대됐다.
김 연구위원은 "이러한 지표들은 단기 시장 회복세 이면에 구조적 불균형이 내재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단기 정책도 중요하지만, 중장기적 수급 균형과 지역 간 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적 전환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3기 신도시 사업 지연은 공급 해소의 걸림돌이다. 당초 계획 대비 입주가 지연되면서 인천 계양(2026년 하반기)을 제외하면 대부분 2027년 이후에 공급될 예정이다. 서울 내 유휴지 공급 여력도 1만2000가구 수준에 그치고 있어 연간 분양 물량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임대차 시장에서도 월세 거래 비중이 62.9%(2월 기준)까지 치솟는 등 '전세의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임대차 가격은 한번 상승하면 떨어지지 않는 특성을 지니는데다 상승폭이 확대되면서 월세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서울 아파트·오피스텔 월세 지수는 4월 기준 107.1. 103.7을 기록했다.
김 연구위원은 조기 착공을 유도하는 인센티브를 도입해 공급 속도를 확보해야한다고 제언했다. 분양가 기준을 현실화하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지원을 강화하고 분양가 상한제 개선·폐지 등을 검토해야한다는 것이다. 정비사업을 활성화하고 도심 고밀 개발을 병행해 주택 공급 여건을 개선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용적률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공공 기여를 합리화해 민간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하자는 것이다. 아울러 3기 신도시의 교통 등 SOC(사회기반시설)에 조기 투자해 입주 시점을 앞당겨야한다고 지적했다. 지방 미분양 해소 등을 위해 장기 아파트 등록 임대 사업자 제도를 부활시켜 안정적인 임대 공급 기반을 조성하는 방안도 고려해야한다고 했다.
2025년 국내 건설수주는 전년 대비 1.9% 증가한 222조1000억원으로 예상된다. 물가 상승 효과를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전년 수준에 머무를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건설수주는 정치적 불확실성, 투자심리 위축, 높은 공사비, 부동산 PF 부실 등의 영향으로 부진했다. 건설공사비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26% 상승하는 등 민간 건설시장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상황이다.
이지혜 건산연 연구위원은 "하반기에는 미뤄졌던 수주가 재개되고, 금리 인하와 건설경기 부양 정책 효과가 더해지며 상반기 부진을 일부 만회할 수 있는 회복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설투자는 전년보다 5.3% 감소한 274조8000억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에 다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건설수주와 달리, 건설투자는 건설 수주와 건축 착공 등 주요 선행지표 부진의 영향으로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침체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이 연구위원은 "내수 부진, 높은 공사비, 대출 규제, 부동산 PF 부실 등 복합적인 제약 요인이 건설경기 회복을 가로막고 있다"며 "단기적 경기 부양책과 함께 건설산업 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며, 미래 성장 기반 마련을 위한 업계 전반의 공동 노력이 절실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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