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양국 간 무력 충돌이 일단락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양측이 휴전에 동의했다고 밝히면서 중동을 뒤흔들었던 '12일 전쟁'이 마침표를 찍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다만 이번 휴전은 이란전 불씨가 된 '핵 물질의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폐기'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전면적 합의 없이 군사 충돌 중단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단기 봉합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자신이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이스라엘과 이란 간 완전하고 전면적인 휴전(Complete and Total CEASEFIRE)이 합의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는 "약 6시간 뒤 양국이 현재 수행 중인 마지막 임무를 마무리한 후 12시간 동안 휴전에 돌입하고 이후 전쟁은 종료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이란이 먼저 12시간 동안 휴전(대이스라엘 공격 중단)에 들어가고 이어 이스라엘이 다음 12시간 휴전(대이란 공격 중단)을 이행하면, 현지시간(워싱턴D.C. 기준) 25일 0시를 기점으로 전쟁은 공식적으로 종료된다는 설명이다.
이번 휴전 발언은 이란이 카타르 주둔 알우데이드 미군기지를 미사일로 공격한 후 나왔다. 이란이 쏜 미사일 14발 중 13발이 요격됐고 인명 피해는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사전에 공격을 통보해준 덕분에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이란 측에 감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이란과의 긴장 완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영국 가디언은 "미국이 이스라엘의 공습에 동참해 이란의 핵시설을 타격했고, 이란은 핵무기 완성 이전에 핵 프로그램을 마비시키려는 서방의 시도에 대응해 전략적으로 신중한 반응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충돌을 '12일 전쟁(THE 12 DAY WAR)'으로 명명하며 "이 전쟁은 수년간 이어질 수 있었고 중동 전체를 파괴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지난 13일 시작됐다는 점에서 이 전쟁이 25일 종료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정확히 12일간의 전쟁이 되는 셈이다.
그는 "이스라엘과 이란 양국 모두가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체력과 용기, 그리고 지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또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이번 휴전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를 묻는 말에 "무기한(unlimited)"이라고 답하며 사실상 종전을 기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도 같은 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2일 전쟁이 사실상 끝난 것 같다"며 "이제 진정한 평화 과정을 재개할 기회가 생겼다"고 밝혔다. 그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주장해온 '이란 정권 교체'와 관련해선 "그건 이란 국민이 판단할 몫"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번 휴전은 카타르가 핵심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며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카타르의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군주(에미르)에게 이스라엘 측의 휴전 동의를 전달했고 이어 카타르 측이 이란을 설득했다. 밴스 부통령이 셰이크 무함마드 알사니 카타르 총리와 세부 내용을 조율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는 익명의 미국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과 부통령, 카타르 군주와 총리가 직접 조율한 고위급 결과"라고 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휴전에 대한 긍정적 반응이 나왔다. 이스라엘 디아스포라(해외 유대인) 장관 아미차이 치클리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의 결단에 감사의 뜻을 표하며 "믿음과 용기, 도덕적 명료성의 결정이 역사 속에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언론 채널12는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란이 공격을 중단한다면 이스라엘도 휴전에 동의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와 알자지라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이스라엘이 공격을 중단한다면 우리도 대응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로서는 공식적으로 휴전에 합의한 것은 아니다"며 "최종 결정은 나중에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건부로 휴전 수용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란 고위 소식통은 "이스라엘의 침략 중단이 대화의 출발점이며, 수 시간 내에 휴전 이행 여부가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전쟁은 짧은 기간에 막대한 인명 피해와 기반시설 파괴를 남겼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이스라엘에서 최소 24~25명이 사망하고 240명 이상이 다쳤다. 이란 보건부는 이스라엘 공습으로 430명 이상이 사망하고 3500명이 다쳤다고 추산했다. 이란의 핵심 과학자들도 이번 공습으로 희생됐다.
휴전으로 공습은 멈췄지만 이란의 핵물질 보유 문제가 여전히 그림자처럼 남아있다는 점은 이번 휴전의 구조적 한계로 지적된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란의 핵심 핵시설 3곳을 공습하며 타격을 가했다고 주장했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나 제3자 관측 기관의 독립적인 검증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향후 이스라엘과 이란이 협상 테이블에 마주하게 된다면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현황과 저장 위치 공개 등 핵물질 보유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핵 프로그램은 여전히 협상의 핵심 과제로 남아 있으며, 이번 휴전엔 IAEA 검증, 핵물질 처리, 핵시설 해체 조건 등이 언급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알자지라 계열 아랍뉴스도 "휴전 시작은 분석가들이 제안한 외교적 해법 초기 단계일 뿐"이라며 핵농축 중단과 같은 근본적 합의 없이 휴전은 '임시방편'이라는 지적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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