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갔던 건축물 관월당(觀月堂)이 100여 년 만에 돌아왔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일본 가마쿠라(鎌倉)의 사찰 고토쿠인(高德院·고덕원)과 약정을 맺고 관월당 부재를 양도받았다고 24일 밝혔다. 고토쿠인 측은 지난해 건물을 해체하고, 기와, 석재, 목재 등 각 부재를 순차적으로 한국에 이송했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오랜 기간에 걸친 협의와 한일 양국의 협력을 통해 이뤄낸 뜻깊은 성과"라며 "소장자의 진정성 있는 기증과 양국 전문가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해외에 있는 한국 건물 전체가 돌아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도쿄 오쿠라 호텔 내 정원 산책로에서 발견된 경복궁 자선당(資善堂)의 유구 110t 분량이 1995년 반환된 바 있으나, 대부분 기단과 주춧돌 등 석재였다.
관월당은 조선 왕실과 관련이 있다고 추정되는 건물이다. 정면 세 칸 규모에 맞배지붕 형태로, 1920년대에 일본인에게 넘어간 뒤 높이가 11.3m(받침 제외)에 달하는 일본의 국보 '가마쿠라 대불(鎌倉大佛)' 뒤편에 자리하는 비운의 운명을 겪었다. 고토쿠인 측은 "1924년 (일본인 기업가) 스기노 기세이가 도쿄 메구로(目黑) 자택에 있던 건물을 옮겨 사찰에 기증했다"고 설명했다.
기증 협약 체결을 마치고 기념 촬영하는 관계자들. 왼쪽부터 사토 마이코 여사, 사토 다카오 고덕원 주지, 최응천 국가유산청장, 김정희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이사장, 곽창용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사무총장
원본보기 아이콘스기노는 훗날 야마이치(山一) 증권이 되는 야마이치 합자회사의 초대 사장을 지낸 인물이다. 근대기 일본 경제를 이끈 주요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일각에선 조선 왕실이 돈을 빌리면서 관월당을 담보로 잡혔고, 조선식산은행이 재정난으로 융자받을 때 스기노에게 증여했다고 본다. 경복궁에 있었던 건물이란 견해도 있으나 정확한 위치나 용도는 밝혀진 바 없다.
국가유산청은 18~19세기에 조선 왕실과 관련한 사당 건물로 쓰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관계자는 "건축학적으로 보면 대군(大君)급 왕실 사당 규모에 해당한다. 다채로운 무늬로 화려하게 장식돼 있어 높은 위계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관월당은 이보다 일찍 고국 품에 돌아올 수 있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이 2010년 일한불교교류협회 측과 관월당 건물을 한국으로 귀환시키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 뒤 협의는 돌연 중단됐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2019년 고토쿠인 측과 건물 보존을 위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귀환의 물꼬를 다시 텄다. 기증 의사를 밝힌 사토 다카오 고토쿠인 주지는 일본 현지에서 건물을 해체하고 부재를 옮기는 비용을 자비로 부담하면서까지 협조했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 간 문화유산을 지속해 연구하자는 뜻을 밝히며 별도 기금을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에 기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지난 100년간 고토쿠인에서 있었던 역사적 의미와 가치도 기억하면서 한국 내 적절한 장소에서 본래의 가치를 회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