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모금]나 답게 산다는 것..."근데 다들 자기가 없어 난리"

편집자주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런던베이글뮤지엄', '아티스트베이커리', 카페 '하이웨스트,' '레이어드' 등의 감각적 공간 브랜드를 창업하고, 브랜드를 전국의 '빵지순례객'들이 찾는 명소로 만든 료의 저서다. 그가 만든 공간의 특징은 인위적 컨셉이 아니라 감정이 축적된 풍경이라는 점. 그는 자신이 만든 공간이 브랜드로 기능하기보다 오래 남는 감각과 마음으로 기능하기를 희망한다. 책은 그가 겪어온 다층적인 시간과 감정을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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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내가 제일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은 가장 약하고 두려움이 가득한, 비에 젖은 작은 새 같던 시절이었다. 열두 번씩 바뀌는 생각과 출처 없는 공포에 손도 못 쓰고 자꾸만 숨이 차던, 그 안에서 지도 같은 건 손에 쥐지 못한 걸 알면서도, 소맷부리로 눈물을 훔쳐내고, 캄캄한 길목에서 한 발자국 용기를 낼 때, 그 어떤 일의 시작은 바로 그때였다. '무엇을 알아냈다.'고 강하고 단단하게, 부족함 없이,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않고, 자꾸만 우스워 눈치 없이 그저 서 있던, 알고 보면 더없이 지루했던 때가 아니라. <82쪽>

수분감 많던 아침의 빛을 알고, 기분이 좋지 않으면 노래를 부르는 너를 알고, 김 나는 커피의 평화를 알고, 강아지 귀의 얇기와 온도를 알고, 참는 너의 가슴팍의 컬러를 알고, 세상의 프리즘과 반사의 미학을 알고, 아름다운 것을 보고 사방으로 흩어져 웃던 우리를 알고, 시간의 유한함을 알고, 슬픔에서 매일을 수련한다 해도 아쉽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쉬운 것에 적응되지는 않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과 슬픔을 무척 많이 안다 해도, 결국 아쉽지 않은 것은 아니다. <116쪽>

행복은 같아지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다르다는 것을 불완전함이라고 느껴도, 그것이 부정의 의미가 아님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 같아지지 않는데 이해할 수도 없어 불안해하기보다는, 완벽하게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에서 진짜의 이해가 시작되는 것처럼. <203쪽>

내 눈에 들어오는 매일의 장면들은 신의 사인 같아. 멋없는 억지 같은 것 하나 없는, 심지어 더없이 친절한 내 눈앞 딜리버리. 하루도 빠짐없이 나타나주는 매일의 아름다움과 귀여움, 축하함과 감사함. <114쪽>

매일이 매번 색다르듯, 매일매일 펼쳐지는 현상들도 다채로워. 쉬운 일 하나 없이 서툴고 어려운 것은 어쩌면 당연해.
그래도 아름다운 엔딩으로 가는 길을 찾아 헤매는 시간들임을 잊지 말아요. <115쪽>

생각이라는 것도 사실, 품이 들어. <179쪽>

입을 옷을 고르다 뜬금없이 든 생각. 어쩌면 진정한 외도는 타인들의 사랑을 얻느라, 자신만 사랑하지 않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182쪽>

매일 까먹고 매일 다지는 문장."
스치는 모든 것들을 사랑해야지,"
"먼저 남을 구하는 것이 나를 구하는 유일한 방법이야." <196쪽>

모든 것은 한없다가도 유한하다. 나도, 집도, 고운 기물들도, 사랑하는 사람들도 빌려 쓰는 시간이 모여 그저 인생. <205쪽>

자기로 태어나, 자기답게 사는 게 왜 그렇게 어려워?
자기가 자기답게 사는 일이 제일 쉽고 재미있을 텐데, 그렇지만 다들 자기가 없어 난리. <254쪽>

진짜 나와, 우리와 모두에게, 소중한 것들을 알아가는 퀴즈의 각자의 여정, 그 이름이 '인생'이라면, 앞으로도 더없이 흥미롭고, 진중하고, 위트를 잃지 않으며, 세상의 방향과 속도 대신 나다운 시야와 템포로, '계속 그리고 또 계속 걸어가리라.' 다짐했던 하루. <322쪽>

료의 생각 없는 생각 | 료 지음 | 열림원 | 360쪽 | 2만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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