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미군 기지 공격' 이란, 美에 사전 통보…트럼프도 '확전 자제' 무게(종합)

이란, 카타르·이라크 미군 기지에 미사일 발사
美에 사전 통보…'확전 경계' 신호
트럼프 "매우 약한 대응"…확전 자제 무게

이란이 미국의 핵시설 3곳에 대한 공습에 보복하기 위해 23일(현지시간) 오후 카타르와 이라크에 위치한 미군 기지를 향해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다만 이란은 미국 정부에 공격 계획을 사전에 통보해 피해를 최소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란의 절제된 보복을 "매우 약한 대응"으로 평가하며 확전 자제에 무게를 두는 대응을 보였다. 미국이 대(對)이란 추가 보복에 나서지 않고 양측 간 무력 충돌 양상이 진정될 가능성에 이목이 쏠린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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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통신, 악시오스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란은 이날 카타르 수도 도하 인근과 이라크 내 미군 기지를 향해 십여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번 공격은 지난 21일 미국이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의 주요 핵시설 3곳을 공습한 데 대한 보복 조치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성명을 통해 카타르의 알 우데이드 미 공군기지를 목표로 보복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IRGC는 "이곳은 중동에 주둔한 미국 테러리스트 군대의 가장 큰 전략적 자산"이라며 "이란은 영토 보전과 주권, 국가 안보에 대한 어떤 침해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백악관은 이번 공격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방장관, 합참의장 등과 함께 백악관 상황실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했다.

카타르는 공격 직전 자국 영공을 일시 폐쇄하고 대피령을 내렸고, 방공 시스템을 통해 이란 미사일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사상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복수의 이란 고위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란은 사상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격 직전 정보를 전달했다"며 "미국에 대한 상징적 수준의 반격은 필요했지만, 동시에 양측 모두에 출구를 열어두는 방식으로 공격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는 2020년 미국이 가셈 솔레이마니 당시 IRGC 쿠드스군 사령관을 암살했을 당시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 기지를 타격하면서 사전 통보를 했던 방식과 유사하다.


이란이 주변국 주둔 미군 기지에 한정된 공격에 나서고 이를 사전 통보, 미국의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수준에서 보복에 나서면서 추가적인 긴장 고조를 원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번 이란의 공격에 대해 "예상보다 매우 약한 대응"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자신이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은 우리가 그들의 핵 시설을 파괴한 데 대해 매우 미온적으로 대응했다"며 "14발의 미사일 중 13발은 요격됐고 1발은 위협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향해 그냥 뒀다. 미국인은 단 한명도 다치지 않았고, 피해도 거의 없었다는 점을 기쁘게 보고한다"고 말했다. 이어 "더 이상의 증오가 없길 바라고 사상자가 없도록 (공격 계획을) 미리 알려 준 이란에 감사한다"며 "이제 이란은 지역의 평화와 조화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스라엘이 같은 길을 따르도록 적극 권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의 이란 핵시설 공격 직후 이란이 보복에 나설 경우 더 강력한 무력 대응을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이란이 제한적인 방식으로 보복에 나섰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확전을 자제하겠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미국이 2차 공습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지지 기반인 '마가(MAGA)' 진영 내에서도 미국의 이란 공격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이란과의 확전을 자제하겠다는 뜻을 시사했을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미국이 이란 공격에 마침표를 찍었다고 단정하긴 이르다는 전망도 나온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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