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이란 '제한적 보복'에 일제 상승…국제유가 7%대 급락

이란, 카타르·이라크 미군 기지에 미사일 발사
美에 사전 통보…'확전 경계' 신호
전면전 우려 완화…WTI·브렌트유 7.2% ↓

미국 뉴욕 증시의 3대 지수가 23일(현지시간) 일제히 상승세로 마감했다. 지난 주말 미국의 핵시설 전격 공습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이 주변국 주둔 미군 기지에 한정되면서 양측 간 충돌이 우려했던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지 않을 것이란 안도감이 반영됐다. 국제유가도 투자자들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며 7% 넘게 급락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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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뉴욕 주식시장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74.96포인트(0.89%) 상승한 4만2581.78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57.33포인트(0.96%) 오른 6025.17,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83.57포인트(0.94%) 뛴 1만9630.98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는 7% 이상 하락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5.33달러(7.2%) 내린 배럴당 68.51달러, 글로벌 원유 가격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전일 대비 5.53달러(7.2%) 급락한 배럴당 71.4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이란의 대미 보복 공격이 제한적인 수준에 그치면서 중동 지역 추가 확전에 대한 우려가 완화됐다. 이란은 이날 카타르 수도 도하 인근과 이라크 내 미군 기지를 향해 미사일을 10여발 발사했다. 미국이 지난 21일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의 주요 핵시설 3곳을 공습한 데 대한 보복 조치다. 다만 이란은 이 과정에서 미국 정부에 공격 계획을 사전 통보해 피해를 최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도 현재까지 이란의 공격으로 인한 미국 측 사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복수의 이란 고위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란은 사상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격 직전 정보를 전달했다"며 "미국에 대한 상징적 수준의 반격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양측 모두에 출구를 열어주는 방식으로 공격을 실행했어야 했다"고 전했다.

이란이 미국에 대해 상징적인 보복 조치에 나서면서도 전면 충돌이나 추가적인 긴장 고조를 원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22V 리서치의 제이컵 펑크 키르케고르 선임 매니징 디렉터는 "이란이 앞으로 수일 내 지역 대 다른 미군 기지를 공격할 가능성은 있지만 사실상 긴장을 완화하려는 이란의 입장을 공고히 하는 것이 될 것"이라며 "오늘 이란의 공격은 원유·가스 거래에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전면 봉쇄할 가능성도 낮다고 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하루 원유 공급량의 20%가 지나 전면 봉쇄 시 국제유가 급등이 예상된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BE), JP모건,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등은 해협 봉쇄가 현실화하면 글로벌 원유 공급 차질로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바이털 놀리지의 애덤 크리사풀리 설립자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검토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석유 시장 재앙에 대해 크게 공황 상태에 빠지진 않았다"며 "현재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은 의심할 여지 없이 고조되고 있지만, 갈등의 극단적 불균형, 이란의 상대적 고립, 국제 석유의 충분한 공급 등이 갈등의 여파를 제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프리 인터내셔널의 모히트 쿠마르 수석 유럽 전략가는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될 것으로 보진 않지만 (해협) 교란 가능성은 있다"며 "몇주 동안 불확실성이 지속되지만 급격한 긴장 고조는 없을 것이란 게 우리의 기본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날 시장에 유가를 낮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모두 유가를 낮추라"라며 "당신은 적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고 있다. 그래선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 에너지부에 전한다"며 "드릴, 베이비, 드릴. 지금 당장"이라고 썼다. '드릴, 베이비, 드릴'은 석유·가스 등 화석연료 시추를 확대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구호였다. 유가 급등은 인플레이션 상승을 초래할 수 있고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겐 큰 부담 요인인 만큼 유가 인상 차단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위험자산 선호 현상으로 미 달러화는 약세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전 거래일 대비 0.34% 내린 97.95를 기록 중이다.


국채 금리는 미 연방준비제도(Fed) 내부에서 7월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발언이 잇달아 나오면서 내리고 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일보다 5bp(1bp=0.01%포인트) 하락한 3.85%,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일 대비 3bp 밀린 4.33%를 기록 중이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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