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회의' 李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 참석…호주·일본도 장관급 파견

이 대통령, 유가 상승·금융시장 불안 등 국내 현안 챙기기
미국 공습 이어 이스라엘도 이란 추가 공습…이란, 보복 예고
한국·호주 이어 일본도 장관급 파견 검토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24~25일(현지시간)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이재명 대통령 대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참석한다. 이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막판까지 고심했으나 이스라엘-이란 간 충돌에 미국까지 참전을 하면서 정상회의 핵심 의제가 우리에게는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한 유가 상승·금융 시장 불안 등 국내 현안에 집중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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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확전 양상을 보이면서 중동 정세는 최고 수준의 긴장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23일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란 테헤란의 에빈 교도소, 포르도(Fordow) 핵농축 시설, 혁명수비대(IRGC) 본부 등을 타격하며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다. 미국은 앞서 '미드나잇 해머(Midnight Hammer)'라는 작전명으로 B-2 전략폭격기와 순항미사일을 활용해 이란의 나탄즈(Natanz), 포르도(Fordow), 이스파한(Isfahan) 등 3개 핵시설을 타격한 바 있다. 이란은 즉각 미사일과 드론을 통한 보복 의지를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국제 유가는 7~10% 급등했고 글로벌 금융 시장도 출렁이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번 공습을 두고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며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강하게 규탄했다.


위 안보실장 대참과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상 외교 무대에서의 존재감도 중요하지만 국민 생명과 국가 경제의 안정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은 나토 측과 협의를 통해 위 안보실장이 참석하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나토 회의에 초청을 받은 다른 인도·태평양 4국(IP4)의 상황도 급변했다. 나토 회의에는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가 초청됐지만 호주는 이미 장관급 인사를 보내기로 했고, 일본도 장관급 인사를 참석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틀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불참 의사를 전달한 호주는 리처드 말스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이 참석할 계획이다. 일본은 전날(23일) 급선회해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이 참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중동 위기로 회의 일정 일부를 축소하거나 변경할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위 안보실장은 나토 사무총장을 포함해 주요 국가 장관급 대표들과의 연쇄 회동을 통해 한국의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나토-인도·태평양 4국(IP4) 연계 세션에서 중동 위기 대응, 인도·태평양 안보,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 문제를 비롯해 금융 시장·에너지 시장의 급변에 따른 대책도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외교가는 이번 회의가 정상회담의 정치적 이벤트보다는 실질적 위기 대응, 공급망·에너지·교민 안전 전략 조율의 장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국민의힘은 안보와 경제적 실익을 모두 놓치는 외교 고립을 자처한 것이라 비판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건 의원은 통화에서 "중동 정세가 불안할수록 동맹, 파트너국들과 긴밀한 공조가 절실하다"며 "중요한 외교 무대를 차버릴 만큼 급박한 국내 현안이 무엇인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북한 파병, 방위비 문제 등 첨예한 현안들이 있다"며 "이런 부분들은 사전에 논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이 다자회의인데 이를 걷어찬 것"이라고 말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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