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 1~2m 얕봤다가" 제주서 목뼈 다친 10명 중 1명 다이빙 사고

다이빙 경추 외상 환자 9년간 34명
환자 97%는 남성…15%는 음주 다이빙 의심
1.5m 얕은 물서 전신마비·사망사고까지

제주에서 목뼈가 부러지는 등 경추를 다친 사람 열 명 중 한 명은 수심이 얕은 곳에서 다이빙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바다 다이빙 (해당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연합뉴스

바다 다이빙 (해당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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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는 23일 제주한라병원 연구팀이 2018년 8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9년간 목뼈를 다쳐 제주한라병원 외상센터에서 치료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연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분석 결과는 대한신경손상학회가 발행하는 한국신경손상저널에 실렸다.

연구 결과를 보면 목뼈를 다친 경추 외상 환자 353명 가운데 34명인 9.63%가 수심 1.5m 이하의 얕은 물에서 다이빙하다가 목뼈에 손상을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환자의 평균 나이는 30.6세(15∼54세)였으며, 남성이 97.1%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삼투압 차를 통해 알코올 섭취 여부를 조사한 결과, 환자의 14.7%는 술을 마시고 다이빙을 한 것으로 의심됐다.


월별 발생률을 보면 다이빙 사고는 7월 28.6%, 8월 31.4%로 대부분 7∼8월 여름 휴가철에 집중됐다. 사고 발생 장소는 해변이나 항·포구 등 야외가 64.7%, 목욕탕·실내수영장 등 실내가 35.3%로 야외 사고가 더 잦았다. 사고 발생 장소의 수심은 대부분 1∼2m에 불과했다.


얕은 물에서의 다이빙은 순식간에 사지마비 등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지난해 6월 제주시 한림읍 월령포구에서는 50대 남성이 수심 1.5m 깊이의 바닷속으로 다이빙하다가 머리를 바닥에 부딪혀 사지가 마비되는 중상을 입었다. 목숨까지 잃는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7월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에서는 인근 갯바위에서 20대 남성이 술을 마시고 수심 1m에 불과한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가 숨졌다.

연구팀은 "역학적 관점에서 볼 때 다이빙으로 인한 척수 손상 환자의 75% 이상이 30세 미만이고, 6∼9월 사이에 발생 빈도가 상당히 증가한다"며 "사고 발생 전까지 부상 가능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등 부주의한 행동 때문에 사고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제주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2025년 6월 16일까지 제주 연안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는 모두 347건에 달했다. 목숨을 잃은 사람은 73명으로, 이중 추락 익수 사고는 27명으로 나타났다. 다이빙 사고는 따로 집계되지 않고 ' 추락 익수' 사고에 포함된다.


연구팀은 "다이빙으로 인한 부상은 척추에 심각한 외상을 입히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며 "일부 사망자는 사후 조사 없이 익사 사망으로 보고되기 때문에 다이빙과 관련된 척추 부상의 실제 발생률은 과소평가 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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