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봉쇄시 국제유가 급등 불가피… 유조선 운항엔 차질 없어"

석유협회 "정부와 공동 대응 체제 가동"

대한석유협회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공식 의결한 데 대해 유가 급등 등 복합적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도 당장 유조선 운항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23일 자료를 내고 "호르무즈 해협 일대 유조선은 정상 운항 중이라며 정부와 함께 운송 상황과 국제 유가를 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란의 봉쇄 결정은 사상 초유의 사태로 실제 봉쇄가 단행될 경우 전 세계 석유 물동량의 약 20%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국제유가 급등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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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은 지난해 기준 71.5%에 달했다. 이 가운데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수입됐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수출국 모두가 이 해상 요충로를 이용하는 구조다.


협회 관계자는 "현재까지 유조선 운항에는 차질이 없지만, 이란의 봉쇄가 실제로 시행되면 상황은 전혀 달라질 수 있다"며 "해협이 닫히면 단기간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글로벌 원유 수급 불안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정유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유가 급등과 이에 따른 정제마진 축소다. 협회는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단기간 유가 급등은 석유 수요를 위축시키고, 정제마진에도 악영향을 미쳐 업계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국내 정유사는 현재 원유 도입 원칙으로 안정성과 경제성을 꼽고 있다. 그러나 전쟁과 봉쇄라는 변수가 시장의 전제를 흔들면서 기존 수급 전략이 더는 통하지 않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을 것이란 게 업계 측 설명이다.


정유업계는 현재 정부와 함께 긴밀한 대응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국제유가 및 수송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만약 중동산 원유 도입이 어려워질 경우 대체 유종과 공급선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국내에는 지난 4월 기준 약 207일(약 7개월)분의 석유 비축량이 있다. 이를 통해 단기적인 수급 충격에는 일정 부분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축분은 일시적 수급 차질에 대비한 안전판일 뿐 장기전으로 이어질 경우 대응 여력도 제한적"이라며 "정부 간 자원외교와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그간 실질적인 완전 봉쇄 사례가 없었지만, 이번에는 이란 의회의 공식 의결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는 해상 수송 상황과 국제 유가 변동을 면밀히 주시하며 향후 사태 전개에 따라 추가 대응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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