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샹룽(董向榮) 중국 정부 최고 싱크탱크 소속 학자가 올해와 내년 한국·중국이 잇따라 개최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양국 우호 증진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둥 연구원은 지난 21일 관영 광명일보 기고문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이재명 대통령이 두 번째 전화 통화한 것을 언급하며 "이번 회담은 중한 우호 협력에 강력한 동력을 불어넣었다. 양국 관계의 새로운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앞으로 중한 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양측이 몇 가지 핵심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협력해야 한다"면서 다섯 가지를 언급했다.
그는 수교 초기의 취지를 고수하는 것이 중한 관계의 꾸준한 발전을 위한 기본 전제라고 말했다. 이어 "수교 이후 한국과 중국은 수교 공동성명을 준수해 왔으며, 양국 관계는 지속해서 발전하여 양국 국민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줬다"면서 "30여 년의 역사는 당시 양국 정부의 판단이 전적으로 옳았으며, 역사 발전의 대세에 부합했음을 증명한다"고 했다.
둥 연구원은 또 '상호 이익과 상생은 중한 관계 발전의 중요한 토대'라고 강조했다. 수교 33년 동안 한중 양국의 산업 사슬과 공급 사슬은 긴밀히 연결되어 왔으며, 경제, 무역, 투자 관계는 양국 국민의 복지를 실질적으로 향상해 왔다는 것이다. 이어 "상호실현은 양국 관계의 중요한 원칙"이라면서 "수교 33년 동안 한중 관계의 발전은 양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큰 힘이 됐다"고 했다.
둥 연구원은 인적 유대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국제 정치와 포퓰리즘,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중한 양국 민중의 상호 호감도가 다소 떨어졌다"며 "한국은 한국의 일부 역사·문화가 중국과 동일한 근원을 갖고 있다는 현실을 인식·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중 관계에 대해 경험과 교훈을 정리하고, 다시 진용을 정비해(重整旗鼓·실패 후 재기를 도모한다는 의미) 재출발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주 보고 계기를 잡아 중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더 높은 수준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은 의심할 바 없이 양국과 양국 인민의 근본 이익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둥 연구원은 기고문에서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21세기를 향한 한중 협력 동반자 관계'를 선언한 것과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각각 방중해 '한중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와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선언한 것을 순서대로 언급했다. 또 2014년 시진핑 주석이 방한하고 이듬해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한 일도 거론했다. 그러면서 "1991년 APEC 의장국이던 한국이 회의를 계기로 중국과의 수교 협상을 성공리에 이끌었다"며 "올해와 내년 한국과 중국은 APEC 정상회의를 연달아 주최하는데, 양국이 다시금 APEC 다자 무대를 계기로 양자 우호 협력을 제고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월 계엄·탄핵 정국 속에 방중한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올해 11월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을 고려 중이라는 뜻을 밝혔다. 시 주석이 한국을 방문한다면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이후 11년 만의 방한이 된다. 중국은 내년 APEC 정상회의 개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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