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 검토했는데 결국 실수"…최근 급증한다는 성인 ADHD 환자

치료제 처방환자 14만→34만 급증
온라인 자가진단 공개로 관심 높아져
"조기 발견해 관리하는 것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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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가, 책을 읽었다가…" 배우 김지호 씨는 어떤 행동을 진득하게 못하고 ADHD 증상과 같이 행동할 때가 있다며 방송을 통해 전했다. 유튜브 '지금백지연' 영상 갈무리.

"갑자기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가, 책을 읽었다가…" 배우 김지호 씨는 어떤 행동을 진득하게 못하고 ADHD 증상과 같이 행동할 때가 있다며 방송을 통해 전했다. 유튜브 '지금백지연'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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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하(Suha)라는 이름의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권모씨(33)는 2020년 자신이 주의력결핍행동장애(ADHD)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권씨는 직장 상사로부터 매일같이 지적받아 우울 증세를 보였다. 업무 중에 졸거나 지시 사항을 잊어버리는 일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우울증 약을 처방받았지만 변하는 것은 없었다. 다시 진단받은 결과 우울증이 아닌 ADHD라는 판정을 받았다.


사무직으로 일하는 직장인 김상효씨(31)도 최근 ADHD 판정을 받았다. 자료 정리 등 업무를 할 때마다 중요한 내용을 빼먹는 일이 잦았다. 실수를 줄이기 위해 자료를 다섯 번씩 검토해도 마찬가지였다. 상사가 무언가를 지시할 때면 주변 소음으로 상사의 말에 집중하지 못한 채 잡생각에 빠지곤 했다. 김씨는 직장 내에서 '성인 ADHD 검사를 받아보라'라는 조언을 듣고 병원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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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실수, 집중력 저하 등 ADHD 증상을 보이는 직장인이 늘어나고 있다. 소셜미디어 등에서 ADHD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병원을 찾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ADHD 치료에 쓰이는 메틸페니데이트 처방 환자 수는 지난해 33만7595명으로 2020년(14만3471명)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메틸페니데이트는 가장 널리 쓰이는 ADHD 치료제로 주의력과 집중력을 높이는 정신자극제다.


ADHD는 산만함, 과잉행동, 충동성을 특징으로 하는 만성 정신 질환으로 주로 12세 이전 어린이에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충동 조절, 반응 억제 등을 담당하는 대뇌 전두엽 발달이 지연되면서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어린이 뿐 아니라 성인의 5% 정도가 ADHD 증상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에 ADHD 자가진단 방법도 퍼져 있다. 그러면서 자신이 ADHD 아닐까 생각하는 직장인이 늘어나고 있다. 온라인 검색을 통해 'ADHD 자가진단'을 검색해보면 각종 상담센터와 병원 등이 올려놓은 자가진단 질문지를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의 자가진단 질문에는 ▲일을 마무리 짓지 못해 곤란을 겪은 적 있는가 ▲순서대로 일을 진행하기 어려운가 등의 질문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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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오후만 되면 업무에 집중을 아예 할 수 없을 정도로 잡념이 많아져서 그때마다 커피를 마신다"며 "성인 ADHD를 의심해 병원을 찾아갔지만, 하루에 다섯 잔 이상 커피를 마시는 탓에 카페인 과잉으로 인한 수면장애로 진단받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ADHD는 조기에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준희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최근 들어 성인 ADHD 증상이 의심된다며 찾아오는 환자가 많다"며 "대부분 어릴 때 단순히 산만하다고만 생각했다가 직장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어 뒤늦게 본인이 ADHD인 것을 알게 된다"고 했다. 이 교수는 또 "직장 생활 등 바쁜 일상에서 약물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일상에서 유튜브 등을 켜놓고 무언가를 하는 등 주의를 분산시킬 만한 요소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성직 한국 ADHD 협회 회장은 "미국에는 학교 심리학자가 있어 아이들이 ADHD인지 아닌지 의심될 경우 검사를 받도록 하는데, 국내에서도 이 같은 조치를 통해 조기에 ADHD인지 아닌지를 진단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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