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4~2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한 것은 '국익·실용 외교'를 고려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왔다. 하지만 국내 현안과 중동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을 고려해 직접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에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공습하면서 사실상 '참전'을 한 만큼 국제 정세가 훨씬 복잡해진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22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여러 국내 현안과 중동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 도저히 (대통령이) 직접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2일 오후 3시 정상회의 관련 브리핑을 예고하면서, 나토 회의 참석 가능성에 무게가 살리기도 했지만 발표 시간이 임박해 브리핑은 취소됐다. 이후 오후 6시20분쯤 정상회의 불참 결정 서면 브리핑이 나왔다.
외교가에서는 나토가 이번 회의를 계기로 중동 문제에 적극 개입할 가능성이 높아 한국이 초청국 입장에서 난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나토는 32개 회원국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들 국가는 러시아를 포함해 중국과 북한을 공동으로 견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한국에게는 '줄라이 패키지(July package·관세 포괄합의)' 등 통상 현안을 두고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국내 현안 해결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지속해서 밝혀온 바 있다. 대통령실은 최근 민생 안정과 경제 회복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설정하고 해외 일정이 국정 운영 집중력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내부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불참 결정에 따라 대통령실은 나토 측과 협의해 적절한 대표를 파견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한국의 국제사회 협력과 역할을 지속해서 유지하고 국제적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결정이 서방 동맹국들에 한국의 국제적 협력 의지에 대해 부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최근 나토가 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흐름 속에서 한국의 불참 결정이 국제사회의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바 '눈에 띄는 부재(conspicuous absence)'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따라 한국이 나토 측과의 협의를 통해 외교적 공백을 최소화하고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앞으로 과제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건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한미 실무자들이 관세협상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미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고 이를 협상에 활용할 수 있는 찬스를 놓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북한 파병, 방위비 문제 등 첨예한 현안을 사전에 논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이 다자회의"라면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편 이 대통령은 23일 오전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 취임 후 첫 통화를 했다. 양국 정상은 다양한 분야에서 호혜적 실질 협력이 확대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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