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또는 마을 공동으로 태양광 발전을 통해 생산한 전기 판매 수익을 연금 형태로 지급하는 '햇빛연금' 추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햇빛연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고, 새 정부의 5년 청사진을 그릴 국정기획위원회도 햇빛연금에 대한 적극적인 추진을 각 부처에 주문한 상황이다.
23일 정부 관계자는 "햇빛연금은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고, 국정위가 다시 한번 추진 의지를 강조했다"며 "관련 부처도 햇빛연금 실행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햇빛연금은 농가 개인 주택이나 마을 공동시설, 공공의 부지를 활용해 태양광 발전을 하고 이를 통해 생산한 전기 판매 대금을 농가와 마을에 지급하는 사업이다. 농가 단위는 물론 마을공동체가 공동으로 참여할 수도 있다.
마을 단위의 햇빛연금 시행을 위해선 우선 관련 제도를 손봐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영농형 태양광 도입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실제 농사를 짓는 농업인이 소유한 비농업진흥지역의 농지에 태양광 설치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영농과 발전을 병행하는 형태로 농지를 보전하면서 농업인의 추가적인 소득원을 창출할 수 있도록 제한적인 도입전략을 마련한 셈이다.
다만 햇빛연금을 위한 태양광 설치 대상 중 하나인 '공공임대용 비축농지'를 활용하려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공공비축농지는 한국농어촌공사가 매입해 농사지을 땅이 필요한 청년과 귀농인, 후계농 등에게 빌려주는 제도다. 농지를 소유한 것이 아니라 땅을 빌린 임대농이기 때문에 영농형태양광을 설치할 수 없다.
또 영농형 태양광이 가능한 농지는 '농사만 지어야 하는 농업진흥지역'이 아닌 비농업진흥지역으로 한정돼 있다. 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전국의 공공비축농지 1만7454㏊의 대부분인 1만71222㏊(98.1%)가 농업진흥지역이다. 비농업진흥지역으로 한정할 경우 햇빛연금 시행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땅은 공공비축농지의 1.9%에 불과한 셈이다.
태양광업계 관계자는 "농가 단위와 마을 단위의 태양광을 구분해 정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농가 단위의 경우 기존 기준을 유지하되, 마을 단위의 경우 일정부분 예외를 적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농가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영농형태양광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존 전략, 즉 '자가농·비농업진흥지역'으로 한정해 농지를 보존하고 마을공동체의 경우 임대 농지와 농업진흥지역에도 태양광 설치가 가능하도록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미다.
햇빛연금 시행을 위해선 전력망 확충도 풀어야 할 숙제다. 태양광 발전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려면 생산된 전기를 판매해야 하는데, 판매하려면 수요처로 실어나를 송·배전망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계통 접속을 위한 신청이 이미 밀려 있는 상황이다. 한국전력공사의 '재생에너지(태양광) 접속현황'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누적) 접속신청 규모는 38.8GW인데 이중 8.9GW가 접속대기 상태다. 1GW급 원자력발전소 9기 규모다. 전기를 실어 나를 수 있는 전력망이 부족해 전기를 생산해도 판매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특히 접속대기는 전남(광주 포함) 2.4GW, 전북 1.8GW 등 태양광 발전이 밀집된 호남지역에 몰려있다.
전력망 확충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고압 송전선이 깔리는 지역 주민에게 햇빛연금을 우선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한다. 전력망 경과지 주민에게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사업에 참여하도록 해 송배전망 구축을 가로막는 '전력망 님비(NIMBY: 우리 집 뒤뜰은 안 돼)' 문제를 해소하자는 취지다. 정부는 또 인구소멸지역과 에너지 취약 지역 등의 주민도 햇빛연금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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