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규모의 여자대학교인 무코가와 여대가 남녀공학 전환을 추진하는 가운데, 반대 서명이 3만 건을 돌파하는 등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지난 19일 산케이신문은 일본 효고현에 있는 무코가와 여대가 최근 "2027년부터 학교를 공학으로 전환한다. 교명은 무코가와 대학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이에 재학생들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공학 전환을 반대하는 측은 '공학화 중단 및 연기'를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을 실시해 3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서명에서는 "여자대학이라는 점을 전제로 진학을 결정한 학생들의 뜻을 존중하라"는 메시지가 담겼다. 이들은 학교 측에 설명회 및 의견 교환회 개최, 1학년생이 졸업할 때까지 여자대학 유지, 의사결정에 참여한 회의체 및 논의 내용 공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서명 사이트에서 서명한 재학생은 "일본 최대 여대이기에 공학화나 폐교는 없을 거라고 안심했다. 그런데 이런 짓을 당하다니 믿을 수 없다", "배신당한 기분" 등 반응을 보였다. 한 재학생은 "과거에 심한 남성 공포증이 있었기 때문에 여대만이 선택지였다. 여대여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사람들도 있다. 갑작스러운 변경은 수험생에게도 실례"라고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이 서명은 오는 7월17일까지 진행되며, 20일에 학교 이사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무코가와 여대 측은 오는 7월 28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공학 전환 방침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무코가와 여대는 21개 학과, 제적생 1만여 명의 일본 최대 규모 여대다. 학생 충원율은 95% 수준으로 당장 경영에는 문제가 없지만, 초고령사회 일본의 학생 인구 감소 현상이 앞으로 계속 이어지기에 학교 규모 유지를 위해 선제적으로 공학 전환에 나선다는 것이다. 일본 당국의 발표를 보면, 대학 입학시험에 응시하는 연령인 18세 인구는 1990년대엔 한해 200만명을 넘기도 했으나 올해는 109만명이다. 2050년 대학 입학자는 43만명으로 추산된다. 이에 학령 인구 감소 속 일본 여대들의 공학 전환이 진행 중이다. 일본 4년제 여대 수는 1990년대 후반 100여 곳이었지만 2020년대 들어 70여 곳으로 줄었다. 앞서 3월엔 일본 교토부의 교토코카 여대가 2026학년도부터 공학으로 전환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일본과 같이 학령 인구 감소가 예정된 한국에서도 이미 숙명여대, 성신여대 등 주요 여대 중심으로 일부 남학생 입학 허용, 공학 전환 등에 대해 크고 작은 논의들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공학 전환 논의 이후 일어난 동덕여대 시위로 인해 현재 여대의 공학 전환 논의는 잠시 미뤄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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