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VESTORS]김학균 VC협회장 "벤처강국, '코스닥 정상화' 없이 불가능…30조 펀드 재원 구상 막바지"

VC협회장 인터뷰…취임 100일·새 정부 출범 맞물려
“내각 구성되는 즉시 찾아 ‘코스닥 펀드’ 설득할 것”
기관 중심 투자 자리 잡아야 안정적 자금 조달 가능
정부 국산 AI 기술 채택하겠다는 의지 보여야

"이재명 정부가 약속한 '벤처 강국'은 망가진 코스닥 시장을 그대로 둬서는 실현할 수 없어요. 코스닥이 벤처기업의 발판 기능을 해야만 한국에서도 테슬라 같은 글로벌 유니콘들이 나올 수 있습니다"

새 정부가 '인공지능(AI) 3대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유망한 스타트업·벤처기업이 클 수 있도록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고 더 많은 민간자본이 벤처투자업계에 유입되도록 규제를 풀어줄 방침이다. 다만 벤처캐피털(VC)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먼저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고 강조한다.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VC협회) 회장. VC협회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VC협회) 회장. VC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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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펀드, 벤처생태계 선순환의 열쇠"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VC협회) 회장(퀀텀벤처스코리아 대표)은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벤처 생태계는 혁신기업 발굴, 투자, 회수,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필수적"이라며 "20조, 30조원을 가져다 써도 지금처럼 회수시장이 꽉 막혀 있으면 결국 투자자금이 다시 벤처·혁신기업으로 흘러 들어가지 못해 창업, 투자, 혁신 모두 위축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투자금을 성공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시장, 즉 코스닥이 제대로 작동하게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코스닥 활성화 방안으로 30조원 규모 '코스닥 펀드' 조성을 제시했다. 주요 기관투자가(LP)가 펀드 조성에 앞장서고 민간이 호응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코스닥 시장의 유동성 공급을 개인에서 장기투자자인 기관 중심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현재 코스닥은 상장 직후 공모주를 대량 매도해 단기 수익을 노리는 '단타' 매매가 주를 이뤄 벤처기업의 안정적인 자본 조달을 어렵게 한다.

김 회장은 "코스닥 펀드가 조성되면 펀더멘탈(기초체력) 중심의 장기 투자자가 유입돼 우수한 기술력이나 성장성을 가진 벤처기업이 성장 자금을 유치할 수 있게 된다"며 "창업자와 투자자가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글로벌 기업 배출 가능성도 커진다"고 강조했다.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VC협회) 회장. VC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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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 등 세부 계획 진전

30조원 펀드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구상도 거의 끝냈다. 지난 2월 취임 직후 협회장 직속 분과위원회를 신설해 코스닥 펀드 조성을 위한 조직적 토대(정책위)를 만들고 100여일간 실질적으로 추진해온 결과다. 김 회장은 "30조원이 단순 구호에만 그치지 않도록 세부적으로 계획을 짰으며 현재 진도가 많이 나갔다"며 "가급적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성을 갖고 정부 카운터파트가 정해지는 대로 논의 테이블에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이재명 대통령 공약에 퇴직연금 벤처투자 출자,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공모로 투자금을 모아 비상장 벤처기업 등에 투자하는 상장 폐쇄형 펀드) 도입 등 업계 숙원 사항 다수가 포함됐지만 코스닥 펀드는 빠져 있다. 김 회장은 "정부와 국회가 도입 취지에 충분히 공감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내각 구성이 완료되는 즉시 찾아가 사안의 중요성을 설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임기 초 협회장의 추진력이 살아 있는 시기에 새 정부가 출범해 정책 실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AI 등 딥테크 투자 환경 개선에 필요한 대책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AI 등 핵심 기술 분야에 대해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관점에서 명확한 정책 방향과 로드맵을 제시하고, 국산 기술을 일정 비율 이상 적극적으로 채택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며 "과거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상용화처럼 미래를 내다본 과감한 정책적 결단이 혁신 생태계와 글로벌 경쟁력의 토대가 된다"고 강조했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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