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의 Defence Club]6·25전쟁 75년… 초라했던 K방산 수출강국 우뚝

소총 하나 없어 지원받던 초라했던 한국
육·해·공 무기 세계 방산시장서 10위권

6·25 전쟁이 일어난 지 75년이 지났다. 한국의 방위산업은 보잘것없는 수준에서 세계 10위권 안에 들어가는 위엄을 보이며 성장했다. K-방산은 무엇보다 현장 배치를 통한 검증된 무기체계라는 점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휴전 상황에서 상시 전투 태세를 갖출 수밖에 없는 환경이 역설적으로 방산 부문에서는 큰 장점으로 작용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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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함께 창설된 국군은 미처 전력을 가다듬을 틈도 없이 전쟁 상황에 맞닥뜨려 변변한 무기도 없이 전투에 나서야 했다. 군 창설 당시 한국의 병기와 장비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하던 노후화된 미군 장비와 일본군이 남기고 간 소총류가 전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970년대부터 국산 무기체계 개발

정부는 1970년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설립, 1971년 최초 국산 무기인 M16 소총의 라이선스 생산을 시작했다. 현재는 SNT모티브가 옛 조병창을 인수하면서 국내 최대 소구경 화기 제조업체로 앞장서고 있다. 각국의 환경에 맞춰 총기를 제작해 '맞춤형 화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동안 K13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K4 고속유탄기관총, K15 기관총, K16 기관총 시리즈, STP9 권총, 저위험 권총 등 소구경 화기들을 모든 제품군(Full Line-up)으로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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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중반에는 탄약을 설계조차 하지 못했다. 당시 미국 설계 무기와 탄약의 라이선스 생산부터 시작했다. 탄약과 포탄의 생산은 풍산이 맡고 있다. 최근 풍산은 155㎜ 사거리연장탄 개발에 성공했다. 사거리가 기존 155㎜ 포병 탄의 40㎞에서 60㎞로 50% 늘어났다.


지상무기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1990년대 들어 한국군은 첨단 무기 체계를 도입하기 시작해 K1 전차 등을 개발했다. 이후 K2전차, K9자주포는 세계 방산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2000년대부터 개발하기 시작한 무인항공기, 포병, 보병 전투차량 등도 타국에서 눈여겨보고 있는 무기체계다.

지상무기에 이어 해상무기까지 속속 개발

해상전력도 강화됐다. 1979년에는 참수리급 고속정 자체 개발·취역 성과를 거뒀다. 수상함은 물론 잠수함도 자체 보유하기 시작했다. 해군이 소형 잠수함(혹은 잠수정)을 처음 운영한 것은 1984년이다. 군은 200톤급의 소형 잠수함 개발사업을 1976년 11월 승인됐다. '돌고래'로 명명된 이 잠수함은 1983년 4월 5일 진수돼 국내 독자 기술력으로 건조에 성공, 1984년 12월 29일 해군에 인도돼 운영되기 시작했다. 이후 1년간 대잠수함 훈련이 포함된 작전 운용시험평가를 거쳐 근 20년간 조국 영해 수호 임무를 묵묵히 수행한 후 2003년 12월 31일 명예롭게 퇴역했다.


K 방산은 자체 군사력 보강뿐만 아니라 수출에도 일조하고 있다. 선진국 대비 경쟁력 있는 성능에 높은 가성비를 갖추고 있고, 조달 시간이 빠른 것도 K-방산의 장점으로 뽑힌다.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K-방산의 존재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K-방산 '빅4'로 불리는 이들 기업의 수주 잔고는 총 10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 방산시장 장악 나선 국내기업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 다연장로켓 천무, K-10 탄약 운반 장갑차, 레드백 보병전투장갑차, K-11 사격 지휘차 등을 수출하며 SIPRI가 평가한 세계 100대 방산기업 중 48위에 올랐다. 특히 K-9 자주포는 2001년 터키 수출을 시작으로 필리핀, 인도, 핀란드, 호주, 폴란드 등 세계 10개국이 운용하는 글로벌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했다. 방산업계는 K-9의 세계 자주포 시장 점유율이 6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매출 11조2462억원, 영업이익 1조7247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국내 방산 업계 최초로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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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PRI 100대 기업에 함께 이름을 올린 현대로템은 K-2 전차를 주력으로, 독일의 레오파드2, 미국의 에이브럼스 전차 등과 세계 전차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지난 2022년에는 폴란드와 1000대 규모의 K-2 전차 수출 계약을 맺으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전투기 분야에서 한국은 2022년 최초의 국산 초음속 전투기인 KF -21(보라매)의 시험비행에 성공하며 개발 20년 만에 전투기 독자 개발국 반열에 올랐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20년 전 기본훈련기 KT-1의 인도네시아 수출을 시작으로 국산 경공격기 FA-50 수출에 이어 KF -21의 중동·남미·유럽 등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유도 무기 전문업체 LIG넥스원도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에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체인 천궁Ⅱ를 수출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 방산 4대 강국 공약

정부도 K-방산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 내 '첨단 민군협력지원과'를 신설하는 등 방위사업청에 집중됐던 방산 지원 기능을 산업부로 확대하며 수출 지원을 강화하고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대선 후보 시절 '글로벌 방위산업 4대 강국' 달성을 공약으로 제시하는 등 방산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최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해 행사 기간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만나 캐나다의 잠수함 도입 사업 등 방산 협력을 논의하는 등 세일즈 외교를 펴기도 했다.


세계 최강 군대를 보유한 미국 역시 트럼프 2기 들어 해군 함정 건조 및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을 서두르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올해 발표에 따르면 2020∼2024년 세계 무기 수출시장에서 한국은 2.2%의 점유율로 10위에 올랐다. 미국(43%)이 독보적인 1위를 유지한 가운데 프랑스(9.6%)와 러시아(7.8%)가 상위 3위권을 형성했으며 이어 중국(5.9%), 독일(5.6%), 이탈리아(4.8%), 영국(3.6%), 이스라엘(3.1%), 스페인(3.0%) 등의 순이었다. 10위 한국(2.2%)과 4∼8위 간의 점유율 격차는 그리 크지 않다. 이에 한국이 방산 분야를 집중 육성한다면 세계 4대 방산 강국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양낙규 군사 및 방산 스페셜리스트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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